어느날 저녁의 일이다.
갑자기 삼촌 신부님께서 오셨다. 아버지께서 막걸리를 좀 사가지고 오라고 하시면서 천원을 주셨다.
나는 싱글벙글 좋아하며『아빠, 나 5백원어치만 사오고 나머지 5백원은 내가 갖는다?』
『옛다! 천원어치 받아오고 이건 심부를 값이다』하시며 내손바닥에 돈을 쥐어주셨다.『에게, 백원밖에 안 줘?』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주전자를 받아들었다. 어머니께서 얼른 가라고 손짓을 하셨다.
대포집은 골목길에 있었기 때문에 벌써 어깨가 오돌오돌 떨렸다. 귀신이 나올것만 같았다. 나는 성가를 부르면서 눈을 꼭감고 대포집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다 그만 돌에 걸려 넘어졌다. 너무 아파 눈물이났다.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니 무릎에서 피가 흘러 내렸다. 다시 대포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가로등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심부름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하니 또 무서움이 앞섰다. 나는『주님이 계시는데 무서울 것은 없다』라고 생각하였다.「에이! 귀신이 나타났으면 나타나라지」.나는 눈을 부릅뜨고 주님을 생각하며 씩씩하게걸었다.
골목길을 나오니 무서움이 없었다. 『헤헤...귀신도 아무것도 아니구나!』
나는 피를 닦고 난후 백원을 꿀꿀이 저금통에 넣고나서 오늘 주님이 나를 지켜 주시어 귀신 생각을 없애 주셔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이제부터 무서운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으면 하느님을 찾아야지」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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