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제가 자신이 모은 돈 1억4천만원을 털고, 사제의 속뜻을 알아차린 한 평신도가 성금을 보태 도합 1억5천만원의 장학기금이 조성됐다는 소식은 메마른 사회에 나쁜 소식만 주로 듣는 우리들의 마음을 쾌적하게 한다.
대구대교구의 박도식 신부와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평신도의 이 선행으로 우선 10명에 가까운 대학생과 10여명의 소년 소녀가장이 학비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아픔은 막아줄 수 있게됐다.
학업ㆍ학문을 해 나간다는 말은 이성을 연마한다는 말이요. 이 이성은 자유의지와 함께 하느님이 인간에게 부여하신 최대의 선물이다.
하느님께서 계속 하고 계시는 창조사업은 「낳고 번성하라」는 생물학적인 차원만이 아니요, 인간에게 있어선 이성을 통한 문화활동이 더욱더 창조행위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성을 계발해 나가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근본되는 행위요, 이 행위를 돕는 장학사업은 바로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협력하는 일이다.
이같이 막중한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바를 내놓은 박도식 신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돈이 있었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평소 술 담배를 멀리하고 TV 전축 라디오 조차 없으며 옷ㆍ구두 등 외적 치레에는 지독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청빈하게 살아오면서 저축해왔다.
「그리스도의 가난」을 몸소 실천해온 박 신부의 행위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된다.
근검절약ㆍ가난이란 단어는 우리 마음속에서부터 멀어져 가고 있고 갖출 것 다 갖추고 사는 것이 당연시되며 심지어 돈을 잘 쓰는 것. 재산 많은 것 자체가 자랑이 되는 세태다.
열심하다는 신자조차 『세태가 그러니까』『상대방이 원하니까』등의 말로 복음과 교회가르침을 실생활의 구체적인 사례에서는 내동댕이치는 꼴을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본다.
실로 「여러분은 세상을 본받지 마십시오」(1요한 2, 14참조)라는 성경말씀이 신자들의마음에서부터 점차 퇴색돼 가는 조류를 보며 크게 우려치 않을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30여권에 달하는 저서를 집필하고, 회갑이 가까운 연세에 국내외 초청강사로 봉사한 후 받은 저서수익금ㆍ초빙강사료, 그밖에 원고료 등을 장학사업을 위해 흔쾌히 내놓은 것은 바로 하느님께 영광을 몰린 행위이다.
박 신부는 『돈이 없어 우수하고 건전한 이가 학업을 중단케 되었을 때 그 책임은 돈 있는 이, 근검절약하게 생활하지 않은 이가 져야한다』는 말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구미각국의 장학금을 받는 이가 많고, 과거에 받아온 이는 헤아릴 수없 이 많다.
성당마당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자가용이 자랑이 아니라, 내국인에게조차 지급해주는 뚜렷한 한국교회 차원의 초교구적인 장학재단이 아직 없다는 것이 부끄럽다.
이번 「베리따스장학원」가 한국교회 장학사업에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 정식 가동될 베리따스 장학회에 뜻을 같이하는 많은 신자들이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