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대통령 취임과 함께 새정부가 출범했다.
전임·신임 대통령이 한 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나 악수를 교환하고 자리를 내어주는 장면은 처음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기분이 흐뭇하다.
단임을 절대절명의 의지로 내걸고 끝까지 그 의지를 지켜 실천한 전임대통령의 모습은 그의 집권에 합법성 내지는 정통성 문제가 밑바닥에 깔려있다 하더라도 보기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못할말로 그 의지를 실현시킬수 없는 상황이 있을수도 있다는 가정을 떠올려 본다면 오늘의 이 현장은 더욱 실감나는 기쁨이 된다.
그의 공과(功過)는 후일의 역사가 심판을 할 것이나 중책을 벗는 전임 대통령의 어깨는 상당히 가벼울 것은 분명하다. 반면 그 책임을 새로이 짊어진 신임 대통령의 어깨는 그의 앞에 산적한 과제만큼이나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세계 각국의 축하사절과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땅의 최고 통치권좌에 오르기는 하지만 신임대통령 앞에 놓여진 과제들은 쉽사리 뛰어넘지 못할 막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직 정통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산발적이나 조직적인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새정부의 출범은 다소 불투명한 미래를 전망케한다.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부정시비도 새정부의 미래 구상에 하나의 걸림돌에 속한다. 폭거로만 간주되어 온 광주사태를「민주화 운동의 일환」이라는 성격으로 재규정하고 정부차원의 「사과」를 이끌어낸 민주화합 추진위의 활동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긴했지만 그도 국민 전체의 전폭적인 지지에 못미치는 결론으로 아직 여운이 남은 상태에 있다.
지난해 붓물처럼 터진바있는 노사분규가 아직 무서운 잠재력으로 가려져 있는가운데 모든 근로자가 인간다운 품위를 지킬수 있는 최대한의 근로조건 개선책도 시급한 실정에 놓여있다.
새로운 출범이 비록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선택이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우리의 현실은 그 선택을 수용하고 직시할수 밖에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것이 국민의 선택이라면 그 선택의 잘 잘못을 가리기보다는 일단 그 선택이 나아가는 바를 주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눈을 뜨고 귀를 세워 위대한 보통 사람들의 진로가 바른 길로 접어드는가를 지켜보는 것, 그것이 우리에겐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듯 싶다.
우리는 특권의식이 사라지는 보통사람들의 시대는 환영하지만 정책실천이, 국가운영이, 보통수준에 머무는것은 결코 원치않는다. 「지나친 보통에의 추구」가 곧 「보통국가」라는 공식으로 성장되지 않기를 빌면서 새 정부가, 신임대통령이, 인간을 사랑하고 존엄시하는 토대위에 진리와 정의를 실천해가는 반듯한 정치를 펴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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