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만물이 익어가고 곡식도 차츰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가을이지만 신자로서는 다시한번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하는 가을이기도 하다.
지난달 순교자성월을 보낸 우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순교자정신을 본받고자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절실한 것은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직접 실천해야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순교, 용감히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순교란 과연 무엇일까?
갈수록 인심이 각박해지고 경로사상이 무너져 버리는 이 현실에서 나보다 이웃을 한번쯤 먼저 생각해 주는 것,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인들에게 자리 양보해주는 것, 주일미사 참례하러 올 때 자가용보다는 걷거나 버스를 이용하는 것 등등 우리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순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들이 아주 마땅히 당연히 해야될 일이지만 「나만 잘살면, 나만 편하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웃을 위해 하나쯤 양보하는 것도 순교라고 여기고 싶다.
이제 로사리오성월이다. 주님을 위해 주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이 달만큼은 단 하루도 빠지지 말고 묵주알을 돌리자. 단지 「주님 주님」하고 부르기보다 묵주알 한알 한알 돌리면서 하루생활 반성과 함께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도 간절히 기도드리자.
길을 걸어갈 때 온갖 물건들을 구경하기보다는 묵주기도를 바치며 걷는 모습이 얼마나 좋은가. 정성껏 바친 한단 한단의 꽃다발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뿌려질 때 이 세상은 정말 살기좋은, 내가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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