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묘년이 다 저물어갈 즈음 집 사람의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근심에 찬 얼굴로 혼자 중얼거린다.『내일은 회원들을 만나서 단호히 거절해야겠다』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태도에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처음엔 망설이다가, 다그치는 물음에 마지못해 차기년도에 성모회장에 선출이 되었는데 그것도 본인이 부재중에 결정됐다고 한다. 나역시 아이들과 가게일에 집사람의 도움을 받아왔고 성당의 대소행사에 성모회원들이 고생하며 봉사하는 것을 봐온지라 걱정이 아니될 수 없었다. 그것보다 사실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하고 나중에 궂은 소리만 돌아오는 것이 두렵고 또한 많은 회원들을 통솔하며 남앞에 설줄 모르는 내성적인 성격도 맞지않을 뿐아니라 가정 생활하면서 많은 기간을 할애해야 하는 여러가지 어려운 점을 짐작하며 회원은 몰라도 회장은 찬성할 수 없었다. 며칠후 회원들과 현회장님에게도 사퇴의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어렵더라도 성모회를 잘이끌어달라는 부탁과 무거운 짐을 받아왔으니 올 일년만 협조해달라고 요청한다. 나는 왜그런 것을 과감히 뿌리치지 못하고 미적거리느냐고 나무라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뜻이 우리집 사람의 능력과 심신을 키워주기 위해 중책을 맡기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격려는 못해줄 망정 성모회장하랴 반장하랴 아이들 키우며 가게일보고 언제살림할것이냐고 다그치던 나 자신이 무척 부끄럽고 자상하고 친근한 남편이 되어주지 못한것이 후회스럽고 미안했다.
그렇지만 자존심때문에 겉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신정 척사대회때 음식판매하느라고 하루 종일 봉사하고 저녁에는 파김치가 되어서 돌아와 밤새도록 앓으면서 성모회장은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하기에『성모회장님 힘내세요』『금년 일년은 내가 성모회장님 보좌관이 되어서 열심히 도와주고 안팎의 일은 내 스스로 솔선수범 할테니 멋진 성모회장님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며주님께 도움의 기도를 드린다.
주님! 그리고 성모님! 금년한해 특별히 우리성모회장과 전회원들의 건강을 지켜주시고 그들안에 일치를 이루어 나갈수 있도록 축복해주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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