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31일, 부친의 기일이었다. 부친의 살아 생전의 일들을 되살리면서 집안식구와 가까운 친척분들이 미사참례를 하시기 위하여 성당에 오셨다.
오후 6시 정각 삼종기도가 끝나고 미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5분, 10분, 시간은 흘렀지만 신부님은 안나타나시고 미사참례를 기다리던 신자들이자분들이 영문도 모른체 한분 두분 성당안을 빠져나갔다.
나자신도 궁금하여 성당사무실을 향했다. 사무실 문을 열고 퇴근준비를 하는 아가씨에게 미사시간에 대하여 문의하였다. 아가씨의 답변인즉 오늘은 보통날과 같이 미사가 봉헌될 예정이었으나 본당사정 및 연말에 신부님들의 바쁜 일정 관계로 자정미사를 제외한 모든 미사가 취소되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아가씨에게 본인의 사정얘기를 하였더니 벌써 28일날 연미사로 봉헌했다고 하면서 장부를 펼쳐보여 주었다. 그러더니 옆에 계시던 사무장님과 아가씨가 본인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본당 사정상 갑작스러운 변경된 일정이라 할지라도 한마디 사전 통고도 없이 일방통행의 행정처리에는 씁쓰레한 맛을 지울길이 없었다. 또한 본당사정이 바쁘다니 나 자신도 할말은 없었다.
미사봉헌 역시 감사하는 맘가짐이 문제겠지만 연말연시와 같이 바쁘고 불확실하다고 생각될 시에는 만약의 예기치 못한 일에 대처하기 위하여 미사봉헌 신청자의 연락처라도 기입해두는 실무자의 아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썰렁한 성당마당을 걸어나오며 아쉬운 맘을 감출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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