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기를 더하던 여름, 카메라 가방 하나를 들고 유럽 여행을 하면서 파티마의 성모님을 뵈러 나섰다. 루르드의 성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스페인행 열차를 탔는데 국경을 넘어서자 차장이 유레일패스를 확인하고 스페인말로 중얼거리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돈을 더 내라는것 같은데 왜 더내야하는지 얼마를 더내야할는지 알 수가 없었다. 손짓 발짓 모든 것을 동원하여 한참이 지나서야 월드컵 축구때문에 20불을 더내야하고 돌아올 때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대화가 통한 기쁨에 둘이서 신나게 웃어 제꼈다.
리스본에서 기차로 두어시간을 가니 파티마에 도착했다. 역 앞에 택시 몇대가 성지까지 20불에 가자고 한다. 여행 중에 한푼이 아쉬운 판이라 그냥 걸었는데 아무리 걸어도 성지가 보이질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청년에게 「아베 마리아」를 찾고 성호를 그으며 성지를 물어봐도 도대체 알아듣지를 못한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청년은 뒤에 타라고 손짓을 한다. 무조건 오토바이 뒤에 타니 무작정 달린다.
올리브 동산들을 지나 어느 농장으로 데리고 가니 시골 아낙네가 나왔다. 이 아낙네가 영어를 할 줄 알았다. 파티마 성지를 간다고 하니 여기에서도 몇 십리는 더 가야한단다. 소금에 절인 올리브를 들고 청년의 오토바이를 다시 타고 얼마를 가니 파티마 성지로 가는 버스가 있단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벤츠차를 타고 있던 건장한 청년들이 다가왔다. 파티마 성지로 간다니까 자기들이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섬찟한 느낌이 들었으나 죽이기는 하겠나 하고 탔다.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모르는데 어느 올리브 농원에서 멈추었다. 지하실로 데리고 가더니 포도주 한잔을 하고 떠나란다. 태연히 포도주 한잔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밴츠를 타고 다시 나섰다 산 속을 달리는 파티마의 경치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 친구들이 성지까지 안내해줄지 불안감이 들었으나 『성지로 가다가 죽는거야 영광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으로 불안감을 떨쳐버렸다 드높은 성전이 눈앞에 다가올 때서야 참으로 고마운 친구들임을 알 수가 있었다.
루르드의 성모님, 아일랜드녹의 성모님, 벨기에 바뇌의 성모님 성모님은 왜 이다지도 깊는 산골에만 나타나시는가. 문안드리기가 퍽이나 힘겨웁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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