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 (창세기 3, 19)라는 말씀을 묵상하며 이마에 재를 받는 예식으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상징하는 사순절을 맞이한 날 !
우리의 최종목적인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며 그동안 식었던. 믿음과 흩어졌던 마음을 모아 잠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본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 육화되어 오신 예수님처럼 나 자신 그리스도화되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했으며 얼마나 소외된 이들의 벗이 되어주고 이웃의 고통에 동참하여 살았던가를 말이다.
항시 그러하듯 돌이켜 보면 일그러진 양심, 메마른 영혼, 불의와 타협하는 모순투성이의 자신이 아니었나 싶다.
회개와 속죄의 사순시기에 지난 날의 잘못들을 (카인의 악습들을) 조금이나마 기워갚기 위해 참회의 정신으로 사랑을 배우고자 대문을 나선다.
옷깃을 여미게하는 쌀쌀한 아침날씨는 춥고 마음은 스산하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이 있는 성모자애보육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부모곁에서 응석을 부리며 천진하게 자랄 어린 나이에 고아란 이름아래 버려지다시피한 아이들 !
그들의 부모는 누구였으며 왜 버리지 않으면 안됐을까. 여러가지 생각에 휩싸여 자애원을 들어선다.
마냥 즐겁고 밝게 뛰노는 원생들 모습에서 수녀님들의 노고와 사랑을 엿볼 수가 있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상계동에 자리한 성모자애보육원. 수녀님을 엄마라 부르며 정성 어린 사랑아래 자라는 아이들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일생을 다하여 청빈과 정결 그리고 순명의 계율로 신자들을 도우며 남을 위해 봉사하시는 수녀님들의 숭고한 삶앞에 머리숙이며 오늘의 일과를 시작한다.
일손이 부족한 수녀님을 도와 아이들 빨래를 한다. 아이들과 자리하여 주지못해 조금은 아쉬운 감이 들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을 위해 빨래만이라도 해줄수 있다는 흐뭇함이 피로를 잊게한다.
무엇보다도 작은 일손이나마 도울수 있게 용기와 건강을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나를 위해 기도를 아끼지않는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다음날을 기약하고 수녀님들과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들아오는 밭걸음은 마냥 가볍기만 하다. 부모없이 자라는 저 아이들 앞날에 그늘 드리워짐없이 언제나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아이들이 되게 하여 주시고 수녀님들께도 은총의 삶으로 초대하여 주십사고 마음으로 빌면서 손에 쥔 묵주와 벗하며 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나눔으로써 기쁨을 두배로하고 공통은 반으로 줄여 작게하는 지혜와 『한줌 흙이 되기 전에』한순간도 영혼을 다듬기 위한 작업을 게을리 하지말게 해주십사고 되뇌이며 시린 두손을 모은다.
수많을 종려나무가지가 불에 태워져 한줌의 재가되듯 언젠가는 우리도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말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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