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면혼인 사례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에 대한 사목적인 평가는 아직 미지수이다. 부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가 하면 긍정적인 측면도 상당히 있기때문이다.

박해시대 때 우리의 신앙선조들은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신앙을 지켜왔다. 따라서 그 당시 열심한 신자들은 관면혼인이란 생각할수 조차 없었을 것이다. 특히 당시의 혼인풍속은 혼인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집안의 대사였으며 어른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기에 더욱 그러하였을 것이다.

박해의 결과로 형성된 소위 「교우촌」은 신자간 혼인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주면서 관면혼인이란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만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신교(信敎)자유 이후 관면혼인의 사례는 기록이 없어 정확히 확인하기가 어렵다. 관면혼인이 교세통계표상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30년전인 1957년도부터이다. 그 이전 교세통계표에는 신자혼인 수만 있을뿐 관면혼인 수는 항목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1957년도 교세통계표에 처음으로 나타난 관면혼인은 한해동안 5백 82건으로서 신자혼인 2천 97건 대비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 통계에 의하면 당시 관면혼인이 신자혼인 대비 21%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1950년대 초부터 관면혼인이 일반화 추세에 돌입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후 교회 혼인에 있어 관면혼인 건수는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신자혼인 대비 관면혼인은 1965년도에 40%, 1967년도에 49·7%를 차지했으며 1968년도에는 52%를 차지, 신자혼인 보다 오히려 관면혼인의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관련혼인의 비중은 1968년 이후에도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1973년도에는 61%, 1978년~1980년까지 3년동안 최고 64%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이 관면혼인의 추이는 통계상으로 볼 때 50년대 후반 20%선, 60년대 전반 30%선, 60년대 중반 40%선, 60년대 후반 50%선, 70년대 전반 60%선을 돌파했고 70년대 후반에는 최고 64%까지 기록했다가 80년대에는 60%선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가 말해주듯이 배우자 가운데 한 사람이 신자가 아닌 경우의 관면혼인은 60년 후반부터 배우자 쌍방이 신자인 경우의 신자혼인 보다 더 보편화된 교회혼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신자혼인 대상자 교육과 함께 관면혼인에 대한 교육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할 때이다. 관면혼인이 보편화됐다고 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질 경우 자칫 냉담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관면혼인의 문제점은 냉담 또는 개종의 가능성을 들 수 있다. 배우자가 비신자인 경우 또는 종교가 다른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서 특히 여자가 신자인 경우 그 가능성은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으나 그 가능성을 높이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관면혼인은 문제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자가 신자인 경우 관면혼인후 그 배우자가 비교적 쉽게 영세 입교하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정반대의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리고 관면혼인후 묵묵한 표양으로 남편은 물론 시집식구와 친지까지 입교시킨 사례를 우리는 적잖게 접하고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자신의 역량과 주위환경에 따라 어느 한계가 있기는 마련이지만 신자의 표양은 가족·친지아닌 이웃과 타인에게도 선교의 결실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관면혼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교육과 대책이 요망되는 것이다.

교회는 신자가 혼인을 준비할 때 그 배우자가 비신자인 경우 우선 입교토록 권면하고 이것이 여의치 못 할 경우 관면혼인을 허락하며, 배우자가 타종교 신자인 경우는 신자본인의 신앙준수는 물론 자녀의 영세입교를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관면혼인을 인정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전 절차를 밟지않고 신자가 신자아닌 배우자와 일반혼으로 결혼하면 조당(阻당)에 걸리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혼인조당은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후자의 경우는 신자혼인에 대한 교육부재에서 오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서두에서도 지적한바와 같이 관면혼인의 증가추세에 대한 사목적인 평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그 이유는 본당별로는 관면혼인으로 인한 「외짝교우」현황이 대부분 파악되고는 있으나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정리한 교구차원에서의 사목대책 수립은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본당별로 남녀 성별 관면혼인자 현황, 관면혼인 후 배우자 및 자녀의 영세현황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사후대책을 마련하여야 하며, 이같은 기초자료를 근거로 교구차원에서의 사목대책이 강구돼야 하리라고 본다.

이와 함께 결혼적령기의 신자와 그부모를 대상으로 교회혼인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병행돼야하며 오래전부터 몇몇 교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구차원의 「혼인강좌」확산은 관면혼인의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할 수있는 효과적인 사목대책으로 전교구에 확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