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함께있는 것으로써 책임을 다했으나 이제는 단지 기도로써 책임을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하여튼 나의 생각은 결코 한시도 식구들 곁을 떠날 수 없었으며 항상 우리는 함께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다짐해 왔었다. 나의 첫 휴가는 의외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지내다가 좀 늦게 집에 돌아왔다. 이미 오래전에 가게 문을 닫고 돌아와 계셨던 어머님께서는 나를 보시더니 얘기를 좀 하자고 하셨다. 어머님의 얼굴 표정으로 미루어보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예상됐다.
『윤수야!』
『예.』
『수도원에서 살기 힘들지?』
『엄마와 같이 살자.』
나는 어머니의 갑작스런 말씀에 잠시 어리둥절해 있었다.
『같이 살자는 얘기는 수도원에서 나오라는 말씀이세요?』
『그래. 이 엄마는 네가 수도원에 들어간 후 꼭 너를 빼앗긴것 같은 생각이 들어 정말 싫다. 교구신부가 되는게 어떻니? 방학하면 집에서 생활할 수도 있고 말야』
어머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만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수도원에서 나올 수 없는 이유를 어머님께 설명해 드렸다. 어머님은 사뭇 못마땅해 하고 아쉬워하시면서 쉽게 수긍하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나도 쉽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 후라도 어머님은 그런 욕심 아닌 욕심을 가끔씩 내게 말씀하시곤 했다. 아쉬운 가운데 휴가가 끝나고 여름방학도 끝나 바쁜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2학기가 시작된 지 한달이 조금 지났을 무렵 마침내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날부터 나의 비극 아닌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날은 개학 후 처음 갖게 되었던 야외 그룹미사를 위해 동료 신학생 몇명과 함께 야외로 나온 날이었다. 그리고 나온 김에 집에 안부 전화를 해볼 양으로 공중전화부스로 들어가 다이얼을 돌렸다. 그러나 수화기를 통해 돌려온 목소리는 나를 너무도 당황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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