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앙생활은 교회의 전례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교회의 달력은 구세주를 기다리는 대림절에서 시작되어 그리스도를 왕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왕 축일로 끝난다. 군데군데 특별한 성월을 설정하여 우리의 신심을 길러준다.
성당에 들어서면 언제나 전례의 절기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조금만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가 성탄의 기쁨을 전달해 주듯이 성당에 들어서면 절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해주는 반가운 것이 없을까. MㆍE주말의 벤호、꾸르실료의 표어, 외국 성당에서 본 기치, 2백주년 벽걸이 등 내가 보아온 것들을 떠올리며 구상을 해본다. 모아놓았던 상본들을 뒤적여보기도 하고 서점에 나가 이런 저런 책들을 훑어본다. 드디어 발견한 것이「그리스도교의 상징들」발행된 지 한달이 채 안된다.
언젠가 귀동냥으로 들은 면직물 작품인 카피스트리가 생각난다. 털실로 한올한올 뜨게질하여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절기마다 걸어놓으면 전례의 분위기가 살아날 것 같다. 수녀님, 미술, 선생님, 수예점 자매님과 함께 상의를 하니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가로 1m, 세로 3m의 크기가 제단에 적합하여 미술 선생님은 그림을 확대하고 수예점 자매님은 털실과 뜨게질 도구 등을 구입하고 수녀님은 함께 일한 자매님들을 찾아 나선다. 방에다 그림을 그려 색깔별로 털실을 한올한올 뜨게질하듯이 구멍을 메꾸는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치가 제작될 때마다 제단 벽에 걸어 놓는다. 정성이 깃든만큼 애착이 가고 전례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 하다. 두해에 걸쳐서 책에 도안된 상징들은 모두 마쳣다. 왠만한 축일과 시기는 완성된 셈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중 시기와 장례시에 사용할 수 있는 도안이 더 있었으면 한다.
더 이상 못하겠다고 나자빠지던 자매님들이 생각난다. 오랫동안 벽걸이를 만들기위해 함께 지낸 자매님들은 한식구들처럼 다정하다. 올 봄 미국에 가서 가져온 자료들로 몇 가지 더 제작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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