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중산층이 많을수록 흔히 안정된 사회로 진단하고 있다. 부의 분배가 「다이아몬드」모양을 이룬상태, 다시말해 경제적으로 중간을 이루고있는 계층이 가장 많은 형태가 바로 이에 해당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한 이 다이아몬드 모양이 적용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와 눈길을 끌게한다. 본보가 창간 60주년을 맞아 실시한 「신자들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조사 가운데 사회적 배경 부문에서 드러난 교회의 「중산층화」현상은 언뜻 보기에 상당히 바람직한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인적·물적자원의 풍부함을 바탕으로 하고있음을 그대로 입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의 중산층화 현상 속에는 흔히 소외계층으로 표현되는 가난한 이들로부터 교회가 멀어질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해 버릴 수가 없다. 그것은 우리사회의 저변을 이루고있는 중심계층이 아직 중산층이라 부르기엔 이른 시점에 있다는 점과 함께 소외계층의 자리가 좁아진 교회로서는 하느님 백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회의 모습을 구현할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가 밝힌 사회적배경 가운데 또 하나의 우려점은 신자들의 도시 집중화 현상이다. 전체인구를 대비해본 신자비율이 대도시일수록 높게 나타난 이 수치는 신자들의 대다수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과 대도시에서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난 교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교회의 중산층화 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이 현실은 곧 모든 자원의 도시 집중화 따른 우리 사회의 불균형적인 분배를 바탕에 깔고있다. 즉, 도시와 농어촌간의 극심한 볼균형 성장현상, 더 정확히 말해 서울과 지방간의 엄청난 자원의 격차를 그대로 닮은 꼴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분배문제는 오늘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커다란 숙제중의 하나다. 계층간의 불공정한 분배는 물론이고 도시와 농어촌, 그리고 서울과 지방간의 상상할수 조차 없는 불균형적인 부의 간격 등은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근본적인 병폐다. 그 병폐를 그대로 닮을 수 밖에 없는 한국교회의 구조적 모순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교회는 사회 속에 존재한다. 따라서 교회가 속한 사회적 현상 속에서 결코 분리되어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회가 속한 사회적 현상이 문제가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그 문제를 과감히 벗어난 교회의 모습, 그것이 교회가 이 사회에 있어야 할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모든 자원의 도시집중화라는 병폐 속에서 교회가 선택해야할 길은 분명 하나다. 바로 본당·교구라는 표면상의 울타리를 과감히 뛰어넘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명분상의 나눔 차원을 벗어나 진정한 교회공동체로서의 모습을 갖추는 일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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