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는 타종교인들보다 신자임을 드러내는데 소극적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교회안팎에서 있었다. 오랜 박해 속에서 영글은 신앙이라 그런지 신자다운 가치관으로 살면서도 신자임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기에 같은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서로가 신자임을 모르고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는데 요 몇년내 이런 소극성과는 반대로 자기 신앙표현에 적극적인 모습들을 자주 대하게 되는데, 우리 교회가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과감하게 표현하고부터 우선 사회인들이 자기표현을 수줍어하는 조용한 사람들만 믿는 종교로 여겼던 천주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또 교황님의 방문이나 사회의 어두움과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한 교회의 예언자적인 역할에 많은 신자들이 용기를 얻은 탓인지 아직 전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많은 교우들이 자기의 신앙표현에 적극적이 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변화는 교회 안에 보다 밖에서 더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직장단위의 신자모임이 자발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신자 모임이라면 거의 대부분 본당이나 교회 울타리를 맴도는 수준이었고 또 이런 모임도 활동에 힘입어 시작되는데 보통이었는데, 요즈음은 몇몇 뜻있는 평신자들이 모임을 만든 후 성직자나 수도자의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이런 도움없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도시지역에서는 이런 신자들의 모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또 요 몇년내 반지묵주를 낀 신자들이 무척 많아졌다. 지하철을 타거나, 은행이나 백화점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묵주반지를 낀 교우들을 심심찮게 만날수 있다. 작년 일본에서 오랫동안 선교활동을 하고 계신 어떤 외국신부님이 우리 교회를 방문하신 후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학생들까지도 반지묵주를 끼고 있는 것이라 하신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것이 오늘날 사회인들에게 있어서 십자가 만큼이나 교우의 표식이 되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교회 밖에서도 교우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은 표식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수도원일로 교회밖에서 교우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있다. 공공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교우들을 만나게되는데,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우리 교우들이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크리스찬답게 살려고 노력하기에 주위의 좋은 평판과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또한 사회인으로부터도 천주교 신자는 어딘가 좀 다르고 믿을만하다는 말을 자주 듣기에 묵주반지를 낀 교우들을 볼 때마다 그녕 지나치면서도 형제적인 사랑과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교회 밖에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대하는 것 만큼 간혹 좀안타깝고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모습도 묵주반지와 함께 자주 대하게 된다. 얼마전 시내버스를 탔을 때의 일이다. 한가한 시간이라 좌석에 앉은 승객 외 몇사람이 서 있는그런정도여서 잠시 서민적인 느긋함을 즐길수 있는 그런 분위기에서 몇명의 묵주반지를 낀 여성들이 승차하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분들은 다른사람을 생각할틈도 없이 재빠른 동작으로 자리를 잡자마자 다른승객들도 들을수 있는 큰소리로 이야기판을 벌이는데 그 화제는 시종일관 본당활동 중에 있었던 그리 밝지도 못한 사연들이었다. 신나게 나누는 그들의 대화를 억지로 듣다보니 자랑스러운 교우의 모습이 아닌, 우리사회의 고쳐야할 의식수준을 맴도는 교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서글픈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볼 때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 하느님을 닮은 아름다운 인간
으로 다듬어지도록 특수교육을 받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윤리적인 면 뿐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서 정돈된 모습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갑작스런 경제적인 성장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외적으로는 풍요롭고 세련되었지만 내면적인 교양이나 상식에 있어선 그렇지 못하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혼란과 불편을 느낄 때가 많아 각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교회도 이런 면에서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사회가 혼란할 때 교회는어려움을 무릅쓰고 예언자적인 증언과 고발을 통해 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듯이 사회가 안정될수록 신앙으로 닦여진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아름답고 정돈된 삶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이점에 있어 자기 반성과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믿는다.
몇년전 교황님이 이땅을 방문하셨을 때 매스컴들은 여러 좋은 면들을 보도하면서 그중에 특히 우리 교우들의 질서의식을 높이 평가하며 준법정신의 결여에서 오는 무질서가 몸에 배어 어느정도 체념상태가 자조의식을 느끼는 우리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주었다고 칭찬하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여의도 광장에서 보여준 질서와 시성식이 끝나 후의 청소 상태를 보고 내린 평가인데 교회를 처음 찾는 분들에게 이런 인상을 주고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다듬어진 아름다운 모습들이 어떤 행사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신자 공동체의 축제인 미사에서 표현할 수 있을 때 오늘 우리 사회에서 매력을 줄 수 있는 복음적인 표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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