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노동절 큰잔치」가 열린 지난 3월 10일 근로자의 날. 부산 동항성당내 사랑의 집 대강당에는 3백여명의 남녀근로자들이 모여들었다.
「노동절」이라 붙인 행사 명칭에서도 드러나듯이 관이나 기업에서 주도하는 권위주의적이고 형식적인 기념식을 거부하고 근로자 스스로 마련하여 스스로가 주인공이 된 이잔찬치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현장노동의 고달픔을 잠시 잊고 주최측이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한마음으로 참가했다.
부산 가톨릭 노동청년회와 부산교구에서 운영하는 영남산업연구원(원장·공제민 신부)이 부산YMCA·부산 야학연합회와 함께 마련한 이날 행사는 간단한 기념식에 이어 공동체 놀이 지신밟기, 고사, 장기자랑, 마당극, 대동놀이 순으로 진행됐다.
시루떡·송편·과일·막걸리 등의 제주인 영남산업연구원장 공제민 신부를 비롯, 노동단체 회장들이 노동자들의 복지향상을 축원하는 큰절을 올리는 가운데 한 노동자의 축문이 낭독됐다.
『산업재해 귀신·악덕 노동관리 귀신·악덕기업주 귀신·폭력경찰 귀신은 모조리 썩물러가고 억울한 산재노동자 귀신·노동운동에 헌신하다 비명에 가신 귀신·고문당해 죽은 민주열사 귀신은 이 땅의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수있도록 도와줍시사……』
축문이 낭독되는 동안 흥겹게 놀던 근로자들의 표정은 엄숙하게 가다듬어졌고, 한줌재로 날려가는 소지에 눈길을 주며 나름대로 소원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행사의 절정은 노동자들의 장기자랑.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에도 틈내어 연습한 탈춤 노동가요 노래가사 바꿔부르기 등의 장기를 선보였다.
비록 전문 극단이나 합창단에 비길바는 못되지만 투박한 가운데 건강한 유희정신이 돋보인 이들의 장기자랑이 펼쳐질 때마다 동료 근로자들은 박장대소하거나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주최측이 「내가 만약 월급이 50만원이라면?」이라는 주제로 참석 근로자들이 자기 생각들을 자유로이 쓸수 있도록 강당벽에다 내건 커다란 화판에 한 근로자가 쓴 「꿈만 같은 이야기지만 해고된 근로자들의 생계를 돕는데 쓰겠다」는 글귀도 눈에 띄었다. 같은날 화려한 기념식장에서 소수의 근로자에 훈장을 달아주는 것만으로 노동행정이 다 된다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건강한 노동자 문화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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