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의 모습 속엔 이미 여름날의 싱싱한 푸르름도, 봄날의 파릇파릇한 생기도 찾아볼 수 없다. 늦가을의 싸늘한 바람이 불면서 땅에 흩어지는 잎들은 멀지않아 흙으로 먼지로 변해버릴 것이다.
이 자연의 법칙 앞에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도 언젠가는 나뭇잎처럼 흙과 먼지가 되어버린다.
죽음, 인간은 우선 죽음을 불가피한 기정사실이라고 철저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죽음은 한 사람 전체의 마지막이다.
인간의 마음은 이 암흑의 문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만물 위에 뛰어났음은 물리적인 힘이 뛰어나서도 아니요 물질을 많이 소유할 수 있기 때문도 아니다.
아는 것을 아는 힘, 곧 반성력을 지녔다는 사실은 타생명체가 갖지 못한 인간의 특성 중 빼놓을 수 없는 특성이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의 뜻을 찾는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죽음의 참뜻은 추사적ㆍ이론적인 논증으로서 명료해지는게 아니다.
이 문제야말로 죽은 후에도 살아있는 사람의 입과 눈과 몸을 지닌 이의 실체적인 모습에서 이해된다.
부활한 나자렛 예수에게서 이 모습이 입증됐다.
이분을 통해서 죽음은 암흑의 문이 아니요, 인생과 새로운 삶의 징검다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11월을 죽음에 대한 묵강과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위령성월도 제정했다.
이 위령성월에 우리는 이미 자기자신에게 어떤 의지도 부여할수 없는, 먼저 죽은 부모 형제 친지 이웃들을 위해 뜨거운 청원기도를 바쳐야겠다.
이 죽은 이를 위한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각자가 고립된 단독자가 아니라 영원에 이리기까지 그리스도의 형제자매이며 교회의 지체라는 연대성을 체험하게 된다.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는 죽은이를 악의 세력으로부터 보호하고 멸망케하지 않으리라는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와 이웃사랑에서 나온 그리스도교의 본질적인 신앙행위이다.
이와함께 교회가 위령의 날인 11월 2일에 하루 앞서 11월의 첫째날을 모든 성인의 날로 제정한데에는, 죽은 모든 이들의 구원을 희구하는 모든 성인들의 전구를 특별히 간구하라는 뜻도 내포돼있다.
우리는 특히 불과 2백년 전까지 하나의 배달민족으로서 이 땅에서 생활해오셨다가 지난 84년 성인반열에 오르셨던 1백3위 성인들을 모시고 있다.
혹독한 삶 가운데서도「마음을 잔칫집에 두지 않고 초상집에 둔」(전도서 7, 4 참조) 그 분들의 생생한 삶을 전기를 통해 가까이하면서 우리는 본능과 세태를 거슬러 가는 용기와 힘을 그분들에게서 구해야겠다.
모쪼록 금년 위령성월엔 수많은 연령들의 구원을 위한 기도와 함께, 성인들을 비롯한 죽은이와 우리가 한 교회의 지체로서 형제자매임을 깊이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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