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타이페이(台北)는 봄비에 젖어 초행자들의 마음을 잿빛으로 물들였다.
한국인 어머니에 중국인 아버지를 가진 안내자의 해학적이고 기지가 넘치는 안내에 우리 일행은 즐거움과 감격에 도취된 순간순간들이었다. 아직도 좀처럼 뇌리에서 지워지지않는 사람으로 변해버린 그 사람. 가냘픈 체격에 황갈색 피부의 월남인 같은 인상인 그의 익숙한 표현력과 발랄한 젊음과 재치있고 또한 능숙한 동작은 나그네 된 우리의 축축한 애수를 넘어서 어떤 숙명적인 서정의 흐름으로까지 가슴에 농축하게 스며듦을 어찌하랴. 어미 나라를 소개하는 그의 사명은 중후 하다고할까? 그러나 본인은 전혀 그에 대한 아무런 느낌도 없는듯 그저 기쁨과 오가는 정을 나누어 주는 이름없는 평화의 사절로써 그의 갖춤은 이상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다. 다만 진실된 다음과 무의식 중에 큰 보람을 가진 그는 하느님의 크나큰 섭리가 아니고서야 이리도 자연스러울수가 있을까? 대한민국과 중화민국과의 교류는 큰 준비와 형식갖춘 대사가 필요할가 보냐? 이 겸허하고 솔직한 이젊은이 하나로써 민간외교는 만점이라고 느끼며 아직도 여음은 울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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