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이었다. 친구들과 혜화동성당에서 12시에 만나기로 했다. 혜화동성당에 도착하니 친구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천천히 성당문을 들어갔다. 그런데, 성당문 옆에 불구의 할머니 한 분이 조그만 바구니를 하나들고 계셨다.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100원짜리 동전하나를 넣는데 바구니 안에는 겨우 100원짜리 동전 두닢, 내 동전까지 겨우 세닢밖에 없었다. 바구니 안에는 많은 동전과 지폐 몇장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겨우 동전 세닢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점점 이기적으로 되어간다고 하지만 하느님의 아들·딸인 교우들은 좀더 이타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좀더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하지않을까? 최소한 우리 교우들의 인심을 믿고 끼니를 잇기위해 추운 겨울 성당문 옆에 앉아 계시는 불구의 할머니께 작은 정성이나마 보여야 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미사시간이 되어 미사 참례를 한후 집으로 가게 되었다. 성당 문 옆의 그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교우인지 아닌지 또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자가용이 즐비한 이 성당을 떠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교우들의 인심에 만족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기적으로만 되어가는 이 세상에 교우들이라도 좀더 가난한 형제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준다면 차가운 세상에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