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교가 무엇이고 왜 믿어야하는지 조차 모르는채 어머니께 이끌려 지난 7월달에 첫영성체를 했다. 그리고 항상 귀찮은 생각으로 어머니 성화에 미사를 참여하곤 하던 어느날, 역시 어머니의 권고에 의해서 나는 복사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내 나름대로 호감은 있었지만 어머니의 권유가 완강하셨다.
건강이 좋지 않으시면서 종교를 갖게되신 어머니께서는 매사를 하느님께 의지하시는 편이었고 그렇게 집착하시는 어머니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 복사교육시간에 나는 쇠필통을 가지고 만지작거리다가 소리를 내어 수녀님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나는 집에와서 생각해보았다. 안하면 될 것을 왜 이런일은 시작해가지고 기분 나쁘고 시간도 뺏겼다. 나는 어머니께 그 기분을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며 『그 수녀님은 우리 가정에 신앙을 알게해주시고 이 엄마가 그 누구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므로 그분을 섭섭하게 생각지 말아라』하시며 타이르셨다.
그래도 나는 계속 갈등이 생겼다. 그런 어느날 내겐 처음으로 커다란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것은 학교 성적문제인데 여름동안 수고해서 교내 성적 최우수자로 선발되었는데, 교장선생님이 새로 오시면서 대회를 며칠 앞두고 다시 선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예 포기하는 기분으로 시험날을 맞이했다. 그날따라 감기몸살이 심해 간신히 시험만 치르고 양호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조퇴를 하였다.
집에오니 어머니께서 약을 주시며 『최선을 다했으면 됐다. 이 엄마가 그처럼 기도를 많이 드렸는데 설마…』
어느새 어머니께서는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돌리셨다.
나는 괜한 헛고생만 여름내 했구나 하고 맥이 빠져 있으려니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도 내가 최우수 선발자가 되었다고 했다. 나는 펄쩍펄쩍뛰며 지난번 발표때보다 더 큰 기쁨을 느꼈다.
어머니께서도 무척 좋아하시며 『과연 하느님이 주신 우리 아들이야』하시며 그날 우리 가족은 그 어느때보다 정성스럽게 저녁기도를 드렸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날 어머니께서는 편찮으셔서 잠을 못이루시며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는 나의 잠꼬대를 여러번 들으셨다고 하셨다. 며칠뒤 나는 학교대표가 되어 시 대회 대열에서 다시 만점을 받는 영광을 안게 되었고 이제야 언제나 묵주를 잡고 계신 어머니의 믿음에 나도 확신을 얻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수녀님의 충고 말씀도 사랑임을 느끼며 우리 온가족의 소망인 어머니의 건강도 오늘 주셨던 기쁨과 같이 어느날인가 꼭 주실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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