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무척 귀엽게 여겨지는 꼬마가 있다. 이제는 자라서 어엿한 국민학교 입학생이 된 사내놈이다. 해마다 이 놈 덕택에 그 부모로부터 푸짐한 답례를 받고 있지만, 글쎄 이놈이 태어날 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놀랍고 고마울 뿐이다.
스스로 교회에 나오게 된 젊은부부이다. 부지런히 교리시간 주일미사도 빠지지않고 열심했다. 그래서 세례도 받고 교회 활동도 자발적인 열성을 보여 흐뭇한 보람도 느꼈다. 그런데 장남으로써 얻은 자녀는 딸만 셋! 요즘 세상이면 정원초과의 숫자가 아닌가. 그래도 사내 아들 놈을 은근히 원했다. 그러던 차에 하느님이점지해 주셔서 임신이 된 것이다. 그러나 기쁨에 앞서 두려움이 날마다 그 부인을 불안케했다. 이번에도 혹시 딸을 낳게되면… 그러기를 상당히 흘렀다. 고민하다 지쳐 위로도 받을겸 찾아와 상담이 이루어졌다. 사제로서는 딸이든 아들이든 순산되기를 바라면서 위로도 했지만 쉽게 먹혀들지를 않는다. 「특히 세례후 가진 아기이니 틀림없이 아들이다. 그래도 낳아라」가 전부였다. 확신을 갖는듯 했지만 역시 마음 놓을 수가 없다.
어느날 가정미사를 청해 미사중 신자들의 기도 시간이었다. 주례사제로서 마무리 짓는 기도중에 저절로 다음과 같이 기도가 나오고있다. 「주님이 젊은 부부에게 당신 모습을 닮은 귀여운 아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뱃속에 든 아들, 아오스딩으로 하여금 아무탈없이 보호해주시고 기쁘게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십시오」조금 긴 기도였지만 놀라운 것은 뱃속에든 아들, 그리고 본명까지 지어주며 주님께 기도함이었다. 주위 신자들도 놀랐다. 감히 뱃속에든 아기가 딸인지 아들인지 어떻게 알고서 기도하겠느냐이다.
더우기 미사중에 장난기도가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감히 어느 어전이라고…
이제 책임은 나에게 있다「어쩌자고 그런 기도를 하게끔 내버려 두셨나이까 당신도 책임 있습니다. 알아서 하십시요」드디어 일자가 다되어 순산을 했다. 아닌게 아니라 순산과 더불어 그토록 원했고 기도했던 아들이었다. 낳자마자 제일 먼저 이 기쁜 소식을 나에게 알려왔다. 놀랍고 고마우신 주님께 기쁨과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그래서 낳은 아들이다. 세례 때 본명도 바로 아오스딩으로 했다. 우연일수도 있지만 지금도 그놈을 볼때마다 있었던 일로 웃음꽃이 핀다. 결국 들어주신 주님께 감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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