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는 누가 보아도 외국인이지만 언제나 마음만은 한국인임을 스스로 자처해오면서 보통 한국인보다 한국의 속담ㆍ풍습을 더 많이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을 사랑해온 두봉 주교.
그는 평소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로 안동교구민을 비롯 한국교회 모두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아 오면서 자신을 파견한 빠리외전의 선교정신을 몸소 실천, 10월 31일자로 임명된 후임 교구장 박석희 주교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한국교회에 도움이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년전 안동교구장에 취임할 때부터 꼭 10년만 맡을 다짐을 했다는 그는 79년 그 다짐을 실천에 옮겨 교구장 사임을 교황청에 요청했으나 때마침 터진「오원춘 사건」으로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정부당국으로부터 강제 출국을 당할 뻔 했던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후 그는 한국교회 선교 2백주년인 84년을 비롯 86년 한국주교단 성청 정기방문과 지난해 안동교구 설정 20주년을 기해 사임 소망을 잇따라 청원, 이번에 그 뜻을 관철시키게 됐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두봉 주교는 농촌교구인 안동교구를 21년동안 교구장으로서 사목해 오면서 정부당국의 공업일변도의 정책 속에서 가난하고 소외돼온 농민들과 삶의 애환을 같이해왔다.
그는 특히 대다수가 농민인 안동교구 신자들을 비롯 전체 지역민들에게 정치ㆍ사회ㆍ문화 등 사회발전에 늘 깨어있는 자세를 강조, 모두 함께 삶의 가치를 체득하여 인간으로서의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고무해 왔다.
이 같은 그의 사목자세는 현재 안동교구가 교구내 전 지역을 망라한 소공동체 결성을 추진, 공동체 중심의 교회관을 새로이 정립하고 지역민들에게 열린교회의 모습을 부지불식간에 체득시켜 나감으로써 세상의 변화를 추구한다는데서 충분히 엿 볼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안동교구는 지난해 교구설정 20주년을 기해 세상사람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그들의 삶에 무관심한 교회는 참된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라는데 교구민 모두가 뜻을 같이하고 실제 삶이 달라져 구체적인 삶의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세상에서 구현한다는 데에 혼연일체가 되기로 결의했다.
곧 안동교구는 교세신장이라는 명목에 따라 우선 신자부터 늘려놓고 보자는 세력ㆍ조직화장식 전교방법에 몰두해왔음을 깊이있게 성찰ㆍ반성하고, 세상의 참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활 실천을 통해 세상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전임 교구장 두봉 주교의 이 같은 사목방침아래 사회 속에서 새로운 교회상의 정립을 위해 교구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진 상황 속에서 안동교구가 한국인의 새 교구장을 맞이하게된 사실은 안동교구는 물론 전체 한국교회의 모두에서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생각되어 진다.
자신이 소속한 선교회의 기본정신과 한국교회는 한국인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흔쾌히 실천에 옮겨 이제 한 평범한 성직자로서 이땅 어느 곳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계속 펼쳐 나갈 두봉 주교에게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드려야 하겠다.
아울러 새로 안동교구를 맡은 박석희 주교에게도 같은 축복을 기원하면서 한국교회의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농촌교회를 부흥시키는데 새로운「샛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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