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오후 안동문화회관 201호실. 도시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자가 쌀ㆍ배추ㆍ무우 등 일부 농산물의 가격결정을 위해 서로 진지한 토의를 벌이고 있었다. 소위 농산물 직거래의 현장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안동교구내 농촌 소공동체와 도시 소공동체 대표들은 첫 전체 모임을 갖고 공동체간의 유대강화와 공동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협동조합 형태의「생명의 공동체」를 결성키 위해 오전에 안동교구 사목국이 미리 준비한 정관의 일부를 심의한 후, 금년에 일부 농촌 소공동체에서 생산한 유기농산물의 공급체 대한 적정가격을 논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혼자만 무농약 농산물을 먹고 건강하게 잘 살아보겠다는 것이 아니예요. 모두가 땅과 자연을 회복시켜 올바른 자연의 질서를 수립하고, 우리들의 환경을 깨끗하게 보존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닙니까』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몇 곱절의 인건비가 더 들어갑니다. 또 지력이 제대로 회복될 때까지 소출도 훨씬 적게 나옵니다. 생산비용과 함께 최소한도의 생활비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 농민들의 입장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2시간여에 걸친 열띤 토의 끝에 유통과정에 필요한 공동부담비용과 함께 서로의 입장을 수용하는 선에서 적정가격이 결정됐다. 그리고 내년에는 도시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미리 주문받고 또 더욱 정확한 생산비용을 산출, 서로의 삶을 보장해줄 수 있는 가격을 정해 무공해 농산물을 공급하기로 한다는 결의도 했다.
이 가격결정 협상(?)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소비자와 생산자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대립의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의 삶을 보장해 주려는 이해와 화해의 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 때 참으로 모두가 함께 살수있는 생활분위기를 엮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그리고 우리사회 구석구석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어가면 우루과이 라운드 등 우리의 마음을 짓누르는 어떠한 장애물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안동문화회관의 농산물 직거래 현장이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분위기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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