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의 생활을 위하여 아침 출근길에 나선다. 인도에는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가고, 요란스럽게 달리는 자동차에는 많은 사람이 타고 간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푸르고 싱싱하던 나뭇잎이 갈색으로 물기없이 말라 한잎 두잎 떨어지면서 바람에 휘날려 무심히 걸어가는 사람의 발에 밟히기도하고 지나가는 자동차 바람에 멀리 날아가기도 한다. 계절의 바뀜과 가로수의 낙엽에 나의 인생을 비교도 하면서 걸어간다.
마주오는 사람과 서로 부딪힐까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며 인도위에 얌체없이 정차하고 있는 자동차도 피하고 앞뒤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에도 신경을 써야하니 긴장의 하루가 시작된다.
가로수 나뭇잎 사이로 성스러운 십자가가 보이니 완전히 똑똑하게 보고자 발길을 멈추어 여러가지의 생각을 하면서 사무실로 걸어간다.
여러 면에서 부족한 나에게도 갖가지 고민거리를 안고서 법률상담을 하러 온다. 정신적 문제보다 물질적 문제가 태반이고 일방적으로 자기의 말이 진실이라고 자기 입장을 강조하기도 한다.
법도 모르고 너무나 순진하다고나 할까. 자기 마음만 믿고 거래를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고민거리만 남게 되었다.
자기의 입장 (주장) 을 증명할수 있는, 즉 뒷받침을 할 수 있는 증거가 재판과정에서는 절대로 필요하다는 설명을 하면서 여러가지로 상담을 하다보면, 그 증거의 확보면에서 미흡함도 있고 너무나 상대방을 믿었기 때문에 생긴 탈도 허다하게 알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서로가 인내와 노력의 교분으로 생겨 사귀어지는 결과인 것은 사실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들 믿는다는 것은 우리의 도덕관념상 절대 필요하고 또 믿어야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물질 중심주의와 이기적인 생활태도로 인해 옛날과는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져가고 있다. 도무지 하루가 다르게 세태가 변하고 있으니 한심한 생각이 나면서, 또 한편 그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믿음」과「정직」이라는 말을 너나할 것없이 모두가 잘들 하지만 천주님을 믿는다는, 즉 신앙적 차원과 현실적으로 물질적인 이익 앞에서 약해지는 현세적 차원사이의 격차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신과의 생명관계에서 영원 종속적으로 영생을 얻는다는 희망적 믿음과 물질위주의 현실적인 생각사이에 너무나 다른 괴리가 발생하는 사례를 숱하게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를 면하고 피하기 위하여서는 종교적으로나 도덕적 관점에서 말하기보다 먼저 일상생활에 있어 알아두어야 할 상식적 문제가 많다는 것을 우선 알아 두어야 하겠다.
성경 말씀에『탐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유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고 루까복음서 12장14절 이하에 있는 것이 생각난다.
탐욕을 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으로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서나 예방을 하기 위하여도 알아두어야할 간단한 법률문제 등이 허다할진대 일반사람들이 아직 모르고 있는 새로운 법이 공포되어 1990년 9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재산관계의 명시신청과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제신청 등의 새로운 제도가 있다.
재산관계의 명시신청은 채무자가 재판에 지고도 빚을 지불하지 아니할 경우에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채무자의 모든 재산목록을 제출케 하여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부동산의 모든 목록과 자동차ㆍ선박 등 모든 것과 50만원이상의 어음ㆍ수표ㆍ예금ㆍ금 은 보석 및 증권 등의 상세한 목록을 법원에 제출하도록 명령을 한다. 법원의 명시명령을 어기거나 허위기재를 할 경우에는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게된다.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그 채무자의 거주지 (시ㆍ군ㆍ면) 등에 채무자 불이행자의 명보가 작성되어서 일반인에게 그 사람의 신용관계 알수있게끔 장부에 불이행자별로 기록되게 된다.
이러한 제도가 새로운 법으로 시행되게 되었으니 많은 참고가 될 것이며, 1990년 9월 1일 이전의 판결은 물론 채무변제의 확정판결, 화해조서, 지급명령 또는 민사조정조서에 의한 금전채무 등에도 이러한 법의 시행은 슬기롭고 평화스러운 사회를 위하여 만부득이한 방법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 생각이 되어 부질없이 설명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법의 만능시대가 결코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다.
법에 의존하여서만이 우리의 인생이 평화를 여위할 수가 있다고 우무도 단언할 사람은 없고 모든 것을 말하기 좋게「내탓이오」라고 반성한다하여, 또한 무릎을 꿇고 십자가를 향하여 기도한다고하여 평화스럽게 살 수 있을까. 하기좋은 말,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있겠지만 마음의 변화와 실천이 뒤따라야 하겠고 우리의 진실한 믿음이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두 손 모아 조용히 걸어나가서 영성체를 받아 모실 때의 그 정신이 영원 지속적으로 지녀져야 하겠다.
나 역시 웬일인지 일상생활에서 그러하지 못하고 보니 이 역시「내탓」이다. 다시 뒤돌아가면서 아침 출근길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던 것을 퇴근길에 다시 반성하는 소위 반복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약 하디 약한 나의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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