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미사를 드리러 갔다. 매주일 열심히 나와서 참례하던 한 자매가 보이지 않았다. 미사를 마치고 감방으로 찾아갔다. 다음 주일에는 꼭 미사에 나오겠다고 그 자매는 약속했다.
그런데 한달이 지나도록 그 자매가 보이지않아 나는 다시 감방으로 찾아갔다. 옆에 있는 사람이 귀에 대고『움직이지도 못해요. 많이 아픈가 봐요』한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더 아파지는데 의사가 오면 그저 알약 몇 개 주고 가면 그만이란다. 나는 교도소장실로 찾아갔다. 아무리 큰 죄를 지어 무기징역형을 받았다해도 이럴 수가 있느냐고 따졌다. 소장은 천5백명이나 되는 수인들을 취해 나오는 의료비는 몇 푼 안되는데 환자는 많고, 자기더러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알약 몇개씩 주는 것도 크게 선별해서 줘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 환자가 돈 있고 빽있는 이라면 벌써 병보석이라도 시켰을 것 아니냐』고 소리 질렀다. 그리고 병원에 데리고 가자고 했으나 규정상 안된단다.
나는 한바탕 소동 끝에『어디 두고 봅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이 사람을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해줘야겠으니까』하고 소장실을 나섰다.
소장이 따라 나오면서 제발 여죄수 하나 때문에 시끄럽게 만들지 말아 달라고 사정한다.
『내일 법무부 교정국장에게 갔다올테니 그리아슈』하고 엄포를 놓았더니『일주일만 여유를 주십시오』하고 사정을 한다. 며칠 후 전화를 걸어 소장님이 나를 보잔다. 그리고 교도관 2명과 함께 수원 성빈센트병원에 가서 진찰만 하고 돌아오란다. 병원응급실에서는 의사가 호통을 쳤다.
『아무리 죄수지만 이런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있어? 당신들 직무유기야. 이사람 골수염이 너무 심해서 이대로 두면 일주일 넘기기 어렵고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제기한다면 당신들…』이 말에 당황한 교도관이 이를 소장에게 보고했고 소장은 상부에 보고해서, 입원시켜 수술을 받게 됐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법무부의「병보석」허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도 전혀 모르면서 그의 말만 믿고 내가 신병인도 확인서와 보증서를 써 주고 몸도 잘 못가누는 그를 교도소에서 데리고 나와 차표를 사주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몇 번이고 이 큰 은혜 잊지 않겠다면서 새 사람이 되어 꼭 찾아뵙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가 떠난 지 12년이 지났다.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 완쾌가 안 되었을까? 아니면 새 사람이 못되었나? 나는 가끔 그를 생각하곤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