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로 우리 한국교회는 제23회「평신도의 날」을 맞았다. 1968년 제1회 평신도의 날이 시작된 이래 벌써 2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 얘기다. 지난 세월이 말해주듯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은 23여년간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교회와 더불어 놀랄만큼 성숙해왔다.
이 같은 진단은 80년대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한국 평신도의 역할은「조선교구 설정 1백50주년 기념대회」「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행사」「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절정을 이루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몇번의 세계적 대회를 치뤄내면서 한국교회가 받은 찬사ㆍ칭송 가운데 상당부분이 평신도를 향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외형적 행사는 평신도들에게 성숙된 자신을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교회는 우리의 성장 발전이 과연 완전한 것인가 하는 물음 앞에 당혹해 하고있다. 다시말해 외적성장을 내적성숙이 따라주었는가 하는 자성의 물음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얘기다.
내적 성숙의 부족 현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굳이 한가지를 꼬집어 낸다면 비인간화의 모습들이 극치를 달하고 있는 우리사회 그 자체를 들 수가 있다.
교회가 성장하고 발전하는데도 왜 우리 사회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사회의 분위기는 황폐해져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의 황폐화현상을 교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교회의 성장과 사회의 황폐화속도가 정비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교회의 존재가치에 대한 강력한 의문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제23회 평신도의 날을 맞아 전국 평협이 배포한 강론자료는『현세질서에 복음정신을 깃들이게 해서 이 질서를 완성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임』을 강조하고 있다.
「복음선포와 현세질서의 성화」라는 사명을 지닌 교회 안에서 평신도에게 맡겨진 몫이 보다 큰것은 그들이 세속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질서가 뒤바뀌고 혼미를 거듭하는 오늘의 상황은 평신도들에게 맡겨진 이 막중한 사명이 간과되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본다. 그것은 평신도들이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와 통한다.
이를 위해 어떤이들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도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에 비추어본다면 평신도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이미 신앙의 길에 들어설 때 이루어졌다고 봐야한다. 그리스도를 따라살기로 작정한 신앙에의 입문보다 더 큰 교육은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신자임을 잊고사는 우리의 망각을 깨우치는 일이다. 가정, 일터, 사회에서 생각과 말과 행위로써 복음을 선포하고 그리스도를 증거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제23회 평신도의 날은 이 땅의 모든 평신도가 성세 때의 맹세를 새롭게 하는 날이 되기를 강력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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