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인간입니다. 상희도 저도 어느 순간에 사랑이 찾아온다는 걸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이며, 그러기에 새로운 만남이 있을 때 그 상대방에게 색다른 의미를 주고싶어 하는 인간이고, 어쩌면 그것이 사랑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똑같은 인간입니다.
그런데 발육이 정지되고 밤색 주근깨로 이상한 느낌을 주는 상희가 굽혀지지 않는 무릎으로 어렵게 제게 다가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승연아, 넌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아니? 단 한사람이라도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난 어디를 가건 남자고 여자고 나를 반기고, 나를 좋아해주고, 손대 주고, 얘기해 주고, 함께 지내 주길 바라진 않아. 그건 바라기조차 어려운 꿈일 테니까. 하지만 난 나의 더디고 이상한 걸음걸이와 빗지 않은 머리와 매일 똑같은 옷차림을 동정이 아닌 사랑으로 봐주는 사람이 딱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난 이 세상 그 누구 보다도 행복할 거야.
승연아, 난 꼭 의사가 되고말겠어. 그래서 나같은 장애자들을 고쳐 주고 그들의 친구가 돼야지. 의사의 길이 암만 힘들다해도 사랑할 수 없는 아픔보다 더 할라고?』
쓸쓸한 상희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젠 상희의 손을 꼭 잡으며 저도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난 네가 좋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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