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어느날 아침,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대구로 가는 직행버스를 탔다.
마침 봄방학 중이라서 내가 중학생이 된 후 처음으로 성모당에 가서 미사도 봉헌하고 또 아는 신부님께 안부인사도 드리기 위해서였다.
혼잡한 버스터미널을 벗어나 어머니께서 잘 아시는 ㅅ본당의 ㅂ신부님을 뵈러갔지만 무척 바쁘셔서 뵙지못하고 발전한 대구의 여러모습을 살펴보다가 성모당으로 향하였다.
깨끗하고 검소하게 단장된 성모당과 교구청, 남산성당 등의 건물이 주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날씨가 조금 서늘해서인지 신자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성당에서 봉헌하는 미사와 야외미사의 조금 다른 면을 느끼며, 미사에 참여한 후 우연하게도 대구에 사시는 어머니 친구분을 만나서 같이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였다.
1처부터 14처까지 각처 사이의 거리가 좀많이 떨어져 있어서 성당에서 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지만 주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고통을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하여 반성해 보았다.
이 세상에는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리며 또 고통을 당하면서도 주님께 열심히 기도하는 이들이 많은데 하루 온종일 TV를 보거나, 몇시간씩이나 라디오의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나. 하루 24시간, 단 5분도 내생활을 주님께 온전히 바치지 못했고, 정성되이 기도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무척 보잘것 없게 느껴졌다.
성직자 묘지에 이르러 먼저 주님 곁으로 떠나신 성직자·수도자들을 위하여 연도를 바치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다리도 아프고 춥기도 했지만 많은 점을 느끼고 배웠던 일종의 「성지순례」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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