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많은 세월을 헤어져 살아온 혈육들이 남쪽 땅에서도 만나고 북쪽하늘 밑에서도 상봉하고 있다. 통일을 위해 애쓰는 분들을 위해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하느님 이 겨레를 돌보소서 이 겨레의 가슴속 깊은 곳에 서리서리 맺혀있는 한과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시고 얼굴마다에 평화가 깃들게 하소서』. 콜 서독총리가 내 생애에는 통일을 보지 못할 것 같다면서 눈시울을 붉힌 게 바로 얼만 전인데 동독과 서독은 통일을 이루었고 게르만은 하나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이 땅뺏기식으로 점령한 나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통일보다는 몇 배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엄청난 벽을 깼다. 벽돌을 쌓듯이 인내를 가지고 45년간 통일작업을 슬기롭게 차근차근히 해왔다. 정치를 안정시켰고 경제를 부흥시켰다. 민족이니 통일이니 게르만이니 하는 말을 되도록 절제했다. 강대국들이 낌새를 채지않도록 해나갔다. 여기에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그라스노스트로 일컬어지는 개혁과 개방정책이 금상첨화로 작용했다.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나치 히틀러의 후예들이 45년간의 보속기간을 거쳐 죄사함을 받고 축복 속에 부활하듯 거듭나면서 세계인의 축복 속에 통일을 이루었다. 참회의 역사라 하겠다. 역사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데올로기는 퇴색하고 자국민의 국익과 행복하게 살 권리를 찾기 위해 각국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사는 흐르고 세상은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무색투명한 눈으로 들여다보자. 특히 정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없다는 생각이 든다. 배신감이 들고 역겨운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지금이 어느시대인데 저러구 있을때냐 말이다. 정의라는 말을 쓰기가 아깝다. 거짓말을 식은죽 먹듯하고 서로 믿지 못하고 지난시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해방이후 우리국민들은 참으로 힘겹게 살아온 날들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상식의 통하지 않고 초범적인 암울한 상황이 진행되면서 주눅이들어 살아온 날들도 있었다. 죄 지은것 없으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정치에 문제가 있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본게 사실이다. 정권욕에 눈이 어두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욕심을 채우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죄악이다. 교언영색하고 카멜레온같은 해바라기들은「악법도 법은 법이다」라는 말로 모순된 현실을 합리화시켰다.
하느님 앞에 고해성사받고 참회해야 할 것이다. 참회하면 용서는 해줄 수 있을지언정 잊어서는 안 된다. 믿음을 전제로 한 정직한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역사와 하늘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한다.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우리는 올림픽을 훌륭하게 치를 정도로 발전해왔다. 그렇게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 이루헤아릴 수없는 사람들의 봉사와 희생이 있었다는 것 감사해야 할 것이다.
여야대화의 결열로 빚어진 법안무더기 날치기통과 야당의 의원직사퇴 의원내각제 합의각서파문 지방자치문제 단식정국 야권통합 반작용 민간인 사찰충격 등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정치상황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오늘의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불행했던 지난날의 정치사가 다시 떠올려져 우울해진다. 토인비가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한 얘기가 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섬짓할 때도 있다. 현실을 바로보자.
오늘날 정치가 이모양 이꼴로된 것이 전적으로 정치인들만의 책임이였냐하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진흙 수렁 속에서 싸우는 못난이들의 이전투구를 나무라기 전에 우리 국민스스로가「내탓이오」로 시작되는 통회의 기도를 올려야 될 줄로 안다. 그런 토양을 만들어준 게 우리국민이다. 세상이 거세게 돌아갈 때는 침묵하고 비굴할 정도로 착 엎드려 기회만 엿본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 누릴 자유가 주어졌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했는가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이반」이 종살이를 하다가 자유인이 돼 좋아라하고 뛰쳐나갔다가 게으르고 주체성이 없어 자립할 능력이 없게 되자 되돌아와 다시 고용살이를 하게 해달라고 주인에게 애걸복걸하는 소설대목이 있다. 이 얘기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억눌렸을 때 비열해지고 불평을하다가 자유와 민주화바람이 불자 들떠 중심을 잃고 방종되게 행동한 우리들이 아니었나도 겸손한 마음으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도 진실로 참회하고 더 이상 국민을 속이려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국내정치가 안정되지 않고서는 남북통일문제도 경제도 민주화도 허공에 무지개 빛 구름다리를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래위에 환상의 금자탑을 세우면 그 무엇하겠는가.
남북고위회담이 이루어지고 체육회담이 열리고 문화예술인들이 오고가고 하는 이때다. 우리안의 내실을 야무지게 다져놓지 않고서는 그 좋은 열매를 따낼 수가 없다. 정신 바짝차려야 한다. 독일통일을 위해 서독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신중하게 행동했는가. 동독도 사실은 서독에 흡수 통일되기까지 많은 양보와 희생이 있었다는 것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독일독일」하지만 독일과 우리는 다르다. 더 어려운 현실 조건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 정치인들이 저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진실로 마음을 비우고 이 겨레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여당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정치를 해야겠고, 야당도 멋진 정책대안을 가지고 나와야한다. 만에 하나라도「못 먹는감 찔러나 본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심통으로 나와선 안 되겠다. 평범 속에 비범이있다는 것 유념해 주기 바란다.
통합거대 여권 내의 계파간 미묘한 갈등ㆍ야권의 지리멸렬한 통합줄달리기 모두가 마음속에 진실함과 넉넉함이 부족한데서 오는 결과다.
우리 한 생애 올바르게 살더라도 이 지상을 떠날 때는 아쉬움과 한을 남기고 떠나게 된다. 정직하게 정의롭게 참되게 지상생활을 하자. 단오분만이라도 고요한 시간을 만들어 눈을 감고 지나온 생활을 참회하고 하느님께 고해성사 받듯 용서를 청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사랑하는 저 국민들의 눈망울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여유를 갖고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눈동자에 그 얼굴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착한 심성이 바탕에 깔린 민족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해야 한다. 미국의 TV를 보면 전직대통력내외가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대화도하고 게임을 하는 것을 가끔 본다. 우리도 저런 나라를 만들어야 할 텐데하고 부러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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