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스티노신학교를 나와 로마의 울바노신학대학에 유학하였으나 그곳에서 병사한 전아오스딩에 대해서 생전의 모친으로부터 얘기를 들은 일이 있으나 그에 대한 기록은 전연 찾을 수 없었고 다만 그가 로마에서 동료 신학생인 송안당(추측됨)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그에 대한 전부였다.
가톨릭신문 창간 6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된 드망즈 주교일기의 발매광고를 보고 설레는 마음을 갈아 앉히면서 구해 읽어갔다. 읽어내려 가다가 감동에 사로 잡혔다. 초대 대국교구장인 안 주교님의 인품과 폭, 그리고 목자로서의 향기찬 그의 생활의 고동 속에 빨려들어 가는 듯 하였고 내가 그렇게 알고 싶어 하던 전아오스딩에 대해서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아오스딩은 나의 이종사촌형으로 큰 이모의 4남매 중 차남이다. 드망즈 일기에 보면 1919년 10월 17일에 로마에 데리고 가기로 통보를 하고 11월 24일「쓰시마마루」호편으로 부산을 떠나고 있다. 그리고 1920년 1월 21일에 「우르바노」대학에 입학시킨 것으로 쓰여 있다.
1월 26일에는 교황성하를 알현하고 교황의 오른발 슬리퍼의 십자가에 친구하는 동안 아오스팅과 안당을 소개했다. 교황께서 그들에게『누가 아오스딩이고 누가 안당이냐』고 물으셨다. 라틴어를 할 수 있느냐고 물으시고 라틴어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미 교복을 받았다. 새것이 아니지만 마음은 새로워지기를』그리고 아주 힘주어『한국의 훌륭한 사제가 되어라』고 말씀하셨다. 교황의 간단한 훈화가 끝나자 아오스딩은 교황에게 그들과 한국전체를 강복해주시도록 청했다.
교황은 당신과 당신안의 모든 한국인과 한국에 강복을 하셨다. 상상만 해도 눈물겨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1922년 5월13일 로마로부터 날아온 전보는「전아오스딩 협심증으로 5월 11일 밤에 감자기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반 로쑴 추기경 가스피리」로부터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르바노」대학을 2년여 동안 다니고 주님의 품안으로 간 것이다. 1925년 7월 5일 성 베드로대성전에서 한국의 79위순교자의 서북에 참석한 드망즈 주교는 7월 9일「캄포베라노」(Campo verano)에 가서 전아오스딩 무덤 위에서 기도를 드렸다고 적고 있다. 대구대교구 최초의 로마유학생에 대한 기대와 여망이 무너진 무덤 앞에서 드망즈 주교의 마음이 어떠했으리라 라는 것은 짐작이 가고 남는다.
외조부는 20세 때 수원에서 제주 대정으로 이거하셨는데 1901년의 신축교란 때 외조부 김종필, 이모부 전태옥 말딩(전아오스딩의 부), 외숙부 김권삼 가스발, 철호 아가비도 철상(영세 받지 않았다고 함)등 5명이 순교하였다(천주교 제주교구에서 발행한 제주도 신축년 교란사 김옥희 저 P195, P133에 명단 올라 있음). 이 분들의 무덤은 제주 황사평에 있으나 아직 가보지 못하였다.
11세 때 신축교란을 당하여 부친 형부 오빠 등 남자 다섯분을 잃은 모친은 조모와 언니와 살다가 시집온 송씨 가문을 천주교로 인도하였다.
드망즈 주교 그 분은 내가 어렸을 때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온 사진을 보고 아주 무섭고 엄한 분으로 생각 되었는데 이번에 그의 일기를 보면 성령으로 가득찬 그의 하루하루가 이 땅의 복음화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되었고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껴 우리집안의 교력(敎歷)까지 쓰게 되었다. 귀한 자료집을 퍼낸 가톨릭신문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송윤섭<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48-84 유진APT 13동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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