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하니 스웨터입고 가거라』
『봄인데 어떻게 입어요?』
『봄이고 뭐고가 어딨니? 추우면 입어야지』
학교에서 하루 종일「엄마말씀을 들을 껄…」하고 은혜는 후회를 했습니다.
난로도 단 뗀 교실, 점심을 먹고 나니 그리도 추울 수가 없었습니다. 창문으로 문을 꼭꼭 닫았는데도 바람은 어디서 들어오는지「소소」하고 돌아다녀 몸을 움추리게 했습니다.
『오늘 수업 끝-』
선생님의 말씀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아이들은 우르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은혜도 아이들 틈에 섞여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해님이 아직 서산으로 기울지는 않았지만 높은 건물들이 가리어 햇빛은 드문드문 있었습니다. 요 며칠 날씨가 푹했다가 갑자기 추워져서인지 모두들 웅크리고 바삐 지나갔습니다.
「얼른 집에 가 뜨뜻한 음식을 먹어야지…」
은혜는 길거리 사람들과 섞여 집으로 갔습니다.
길을 건너기 위해 육교로 오르려는데 얇은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안내문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바삐 가는 사람들, 또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는 사람들…할아버지의 안내문을 받아가는 사람들은 아주 적었습니다.
「할아버지 꽤나 춥겠다」은혜는 할아버지 가까이 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안내문을 달라는 표시였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은혜에게 안내문을 주지않았습니다
『할아버지 저도 주셔요』
『어린이들에게 주는게 아니란다』
은혜는 한 장이라도 받아 할아버지의 짐을 덜어드리려 했는데 할아버지는 은혜의 마음을 몰라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내미는 안내문을 받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좀 받아 가시지. 그래야 빨리 집에 가실 수 있을텐데…』
은혜는 마음을 조였습니다.
『아니, 넌 왜 집에 안가고 서성이냐? 혹시 집을 나온 건 아니지?』
『집을 나오긴요.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인데요』
『그럼 어서 집으로 가거라. 길에서 한눈팔면 못써요』
『할아버지 그 안내문 제가 도와 드릴까요』
『일없다. 어서 집에가 공부하렴』
『할아버지-』
은혜는 할아버지 옆구리에 낀 안내문 뭉치를 빼았았습니다.
『이놈이, 가서 공부하라니까』
『할아버지 둘이 나눠서해요』
은혜는 반을 덜어 할아버지에게 드리고 얼른 할아버지 건너편으로 갔습니다.
『아저씨, 아주머니』
은혜는 연신 불러가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안내문을 주었습니다.
할아버지처럼 그냥 내미는게 아니라 쫓아가 앵겼습니다.
은혜는 추운 걸 벌써 잊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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