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변환경 변화에서 새로운 흐름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은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혁신적 재구성)정책과 중공의 개방정책이다. 페레스트로이카를 소련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전지국적 과제로 제기하고 있으며 중공은 이념과 체제를 넘어 미국 및 일본과 협조하고 있다.
소련과 중공의 개방정책은 국민의 욕구에 따라 경제정책의 변화를 가져오고 서방의 자본을 유치하고 평화를 지켜갈 듯하다.
그리하여 한반도의 주변국가가 남북대화의 재개 등 남북사이의 긴장완화를 종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국제관계에 영향력을 가진 주변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작용하는 것은 이를 방해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다. 그러나 긴장완화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위해서는 당연히 남북동족사이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
긴장완화와 평화확보의 문제도, 더우기 조국통일 문제도 본질적으로 우리민족 스스로의 내부문제이며 우리민족 자신이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대화의 재개가 대화의 단절보다 바람직스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으나 재개돼도 대화에 있어서 어떠한 실직적 전진, 실질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통일은 남북한 당사자들이 협상과 협의에 의하여 성취될 과제이다. 남북한의 경제, 인도주의적인 교류, 체육문화 및 과학 기술면에서 협력을 이룩하여 우선 관계개선을 성취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이 함께 번영하며 서로를 비방하고 공격할 것이 아니라 돕는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이다. 이 기반위에서 신뢰와 협조정신에 입각하여 정치적 타협도 가능할 것이며 마침내는 통일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남협상전략과 대미 관계개선 전략은 북한의 전략변경이 아니라「남반부 해방전략의 보강」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은 통일문제를 민족해방과 사회주의혁명의 시각에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한은 북한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울타리를 미리 생각하여 점진적으로 북한을 개방정책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
분단된 상황하에 있는 한국의 교회에 있어서는 이 분단의 극복 즉 통일이 주요 과제인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한국의 가톨릭 교회의 사명이며 책임이다. 분단극복의 교회는 전민족적인 입장에 서야하는 것이다. 분단이 가져온 왜곡됨은 한국사회에만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도 똑같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만으로 한국의 현실이 올바로 보일 수 없고 북한을 연구대상으로 할 때 분단의 현실을 총체로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민족전체의 입장에 서 있을때만 무엇이 우리민족에 있어서 참 발전을 가능케 하는가, 그것이 어떠한 발전인가를 생각하게끔 한다. 말할것 없이 우리 민족사회의 분단은 민족 내부적인 요인보다도 체제 진영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내세운 초대국의 이해에 의해서 초래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자본주의, 사회주의의 세계체제에 편입시킴으로 말미암아 우리 민족내부에 두가지 질이 다른사회체제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저재발의 사회주의 또 한편에는 대외 의존성이 강한 자본주의를 형성했다는 말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논리의 기저에는 역사적으로 1천 수백년 동안 생활기반으로서 공동으로 구축해온 공동체로서의 민족이 있고 현실적으로도 더욱 발전을 가능케하는 기반으로서의 민족이 있다.
이와 같은 공동체로서 민족의 생존 존립 발전이라는 관점에 서있을 때만 통일에의 전망을 세우는 기반을 획득할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한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몸을 언제라도 두동강이로 짤라놓고 그 반쪽만을 가지고 사목관리를 한다는 것은 분단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북한의 침묵교회를 내던지는 것과 같다. 물론 교회는 북한선교위원회를두고 또 그밑에 통일사목연구소를 설립하고 기도운동을 전개하고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에 대한 사목사회학적 연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신학적 사목사회학적 결핍이 북한에 대한 환상을 낳는 동시에 북한을 경시하는 경향을 낳기도 하였다. 북한에의 복음선교는 남한의 기성교회를 전제로 하여 같은 유형의 교회형식과 복음선교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남한의 체제와 전혀 다른 지역에의 선교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의 세력확대를 꿈꾸고 있다는 말이다. 남한의 정치이데올로기와 밀착한 반공정신을 배경으로한 북한에의 선교는북한으로부터 비웃음을 살뿐이며 결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남쪽에서의 북한선교는 남한의 가톨릭이 국민에 대해서 북한에의 동포, 동지의식을 고무하고 북한선교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점에서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실제 북한에의 구체적 선교에 착수할 때에는 모든 북한과의접촉점을 상실한 것이다.
북한은 어떠한 경우일지라도 현존의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려 할 것이며 또한 그리스도교적 선교를 반대할 것이며 이에대한 도전에 대해서는 극한적인 저항을 할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우리 교회는 잠정적으로 그들의 체제를 허용해 주는 선교의 울타리를 생각해야 한다. 아무튼 남한 교회만이 남북한 사이에 있을수 있는 관계라는 경직된 생각에서 벗어나 북한을 수용해나가는 폭넓은 울타리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나가야 할 중요한 북한선교회의 과제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교회는 북한에 대한 분단 유지적 시각을 넘어서서 민족화해와 민족통일을 지향하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더욱 절실해진다.
우리 교회가 북한사회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먼저 정확한 사실인식이 필요하며 다음으로 주어진 사실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객관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그 사회에 고유한 내적 논리를 알아야 할 것이다.
북한 사회주의의 독특성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주체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사회 인식에서는 어떻게 주체사상이 체계화되고 각각의 부분에서 구체화되어 나갔으며 또한 대중동원에서 일정하게힘을 발휘하며 북한사회전체를 지도할 뿐만 아니라 주민 개개인의 생활까지도 규정해 나가게 되었는가 라는 일련의 과정을 고찰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교회는 북한선교를 얘기하는데 있어 당연히 이 주체사상을 연구 비판하여 복음선교의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남한의 가톨릭 교회가 오늘날 놓여있는 체제를 스스로 비판적 창조 형성적으로 참여할 때 북한을 향하여 독자적인 발언권, 선교의 가능성이 나올 것이다.
오늘날 남한교회가 북한에의 선교를 위한 유일한 증거는 북한선교를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한의 체제 안에서 착실하게 자기를 쇄신하고 아울러 증거하는 것이며 이것을 통해서만이 북한에 호소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교회는 남한의 체제에 알랑거리지 않으며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의 비극을 성서의 메시지에 비추어서 해석하면서 장래의 희망을 과감히 제시해 나갈 때 북한 당국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서의 천주교에 관심을 쏟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복음은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능력이라는 것을(로마1, 16)믿는 교회는 하느님의 힘으로서의 복음선교을 과제로 삼아야한다. 그래서 남북의 상호이해 상호협력에 의한 민족성원의 일치를 강조하고 이 교회 안에는 현실의 하느님과 현실 인간의 현실적 만남이 일어나며 복음선교 안에 남북의 통일의 근거가 있는 것이다.
한국천주교와 그 교회의 구성원은 오늘 그리스도께서 잃어버린 북한에서 다시 복음을 찾고 계심을 인식하고 그 일에 사명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정말 북한 선교는 생사를 걸고 하여야할 민족적 사명이다.
특히 민족통일을 생각할 때 북한선교는 그 근거를 이루는 것이며 화해의 사도직을 수행하는 한국 가톨릭인의 사도적 활동은 민족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느님 나라의 메시지는 민족의 통일, 전인류의 일치가 그 미래로부터 기대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고 있다. 하느님의 힘인 복음은 분단선을 타파할 것이며 그 타파하는 사실이야 말로 유일한 구원의 실현임을 우리 가톨릭은 확고하게 믿고 기도하는 가운데 북한선교를 추진해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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