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예 들어오세요. 어디서 온 누구신지요?』
『예. 좀 도와 달라고 온 사람입니다. 이 불쌍한 인간 좀 도와주십시오』
『내가 볼 때는 그리 불쌍한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구걸을 하고 다닙니까?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이렇게 얻으러 다니면 어떻게 해요. 일을 해서 먹어야죠. 남들은 뼈골 빠지게 일을 해서 먹고 사는데 당신은 이렇게 얻어먹고 살아도 됩니까? 일을 해요 일, 그리고 젊은 사람이 일은 안하고 대낮부터 술 냄새나 풍기면서 얻어먹다니. 당신 같은 사람 줄 돈 없어요. 일을 해서 먹고 살아요.』
『나 같은 놈을 누가 일을 시킵니까? 주기 싫으면 주기 싫다고 그러지 일을 해라 말아라 할 건 없지 않습니까? 주기 싫으면 담배나 한대 주시요.』
『이 녀석이 분다 분다 하니까 하루 아침에 왕겨 석섬을 다 분다더니 점점 더 하는군. 능력 없어 얻어 먹는 주제에 담배까지 피워? 능력 없으면 끊어! 너 줄 담배 없어.』
『뭐 이런 신부가 다 있어. 예수나 팔아먹고 사는 주제에 누굴 보고 이래라 저래라해. 예수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했는데 불쌍한 사람을 앞에 놓고 이렇게 냉대 하면서도 신도들한테는 서로 사랑하라고 설교하겠지? 예수믿는 놈들 다 도둑놈들 입니다. 내가 여기 세번째 왔는데 한번도 주지 않습니다.』
『그래, 예수가 이웃을 사랑하라고 해서 난 지금 너같이 무위도식하려는 파렴치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한다. 일하기 싫어서 떠돌아다니는 너 같은 놈들에게 돈을 주면서 다른 데 가서도 또 얻어먹고 살라고 하면 버릇을 잘못 가르친 책임을 내가져야 하니까 이건 사랑이 아니고 오히려 죄가 된다고 생각해서 안 주는거야.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아』
『더러워서 예수 팔아서 번 돈 안써, 신부 너나 먹고 잘 살아라. 애-퉤』
거지가 욕지거리를 하면서 사라진 대문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서 있는 나의 모습은 승리자의 모습이 아니고 패배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울려오는 한 소리를 들었다.
『네 이론은 참 좋았다. 물론 그런 정신으로 살아야지. 모든 사람이 그런 정신으로 살도록 가르치는 것도 너의 임무 중의 하나임엔 틀림없지 그러나 넌 오늘 실패했어. 한 통의 식초보다 한 방울의 꿀로 더 많은 파리를 잡을 수 있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라. 누가 너더러 윤리신학자가 되라고 하더냐. 난 네가 자애로운 아버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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