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태에 대한 정부의 치유대책이 4월 1일 발표되었다. 그 골자를 간추려보면 첫째 정부가 공식으로 이 사건을 사과하고, 둘째 지금까지「폭동」이나「폭도」로 몰아붙인 사건을「민주화노력의 일환」으로 성격을 새로 규정하고 셋째 사망자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충분히 하겠다는 내용이다.
실로 사건발생 8년이란 인고(忍苦)후에 이러한 치유책이 발표된 것은 만세지탄의 감은 없지 않지만 우선은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물론 정부가 발표한 광주사태 치유책에는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처벌문제들에 대한 언급이 없어 피해당사자들이나 사견관련자들로부터 미흡하다는 비판은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발표는 그동안 광주사태 자체를 일체 입에 담지 못하게 엄금하고, 사태에 관련된 사람들을 폭도로, 이사건의 진상을 폭로하는 사람들을 죄인취급해온 지난날과 비교해 볼 때 민주화를 향한 하나의 큰 진전으로 보고 싶다.
정부는 먼저 이번에 내놓은 광주사태 치유대책을 하나도 소홀함이 없이 성심성의를 다해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치유대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나 완수한 후에도 진정으로 겸허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그것은 재산상의 피해는 돈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이미 그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거나 중상을 입은 사람들의 생명은 그 어떤 보상으로도 되살릴 수도 없고 정상인으로 원상복귀시켜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8년 전의 비극을「민주화노력의 일환」으로 거짓 없이 받아들인다면 이제는 다시 총검으로 자국민을 살상하는 범죄를 되풀이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힘과 권력의 횡포가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비록 정의가 한때는 약하고 침묵할 수 있어도 언젠가는 그 위력을 발휘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80년5월 이 땅의 정의와 이 나라의 민주화를 외치다 무참히 죽어간 무죄한 동포들은 오늘도 쉼 없이 그때 그 외침을 계속할 것이다. 진정으로 그들에게 사죄하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면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을 위하는 길은 물질적인 보상만으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광주사태 희생자 유가족들과 부상자들 및 광주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어떠한 보상이나 지원을 완전히 다해준다 해도 지금까지 겪어온 수많은 아픔과 고통이 한 맺힌 슬픔과 분노를 단시일에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줄 안다.
그러나 그 일에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자유와 정의를 위해 피를 흘렸던 바로 그 용기와 결단이 재삼 요청된다고 하겠다.
우리는 여기서 84년 5월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당부하셨던「용서와 화해」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부탁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근세 우리 민족사의 최대비극중의 하나로, 결코 망각될 수 없는 광주사건은 이제 이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의 지평을 여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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