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 우리는『숙제도 없고 공부도 하지않는 세상으로 가고싶다』며 세상을 스스로 하직한 청소년들의 죽음 앞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어쩌다가 한ㆍ둘이 아니라 가끔씩 세상을 놀라게했던 이 어이없는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생명의 공부가 동격에 놓여있는 우리 사회를 개탄하곤 했다.
고등학생ㆍ중학생을 가리지 않았던 이 10대들의「철없는 선택」에 최근 12살 어린이가 합세했다.
티없이 맑고 곱기만 해야 할 12살 동심이 공포와 불안감, 그리고 좌절감 속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이 끔찍한 사건 앞에 다시한번 우리는 전율할 수 밖에 없다.
어린이의 폭력 때문에 어린이가 자살했다는 이 같은 우화를 일찍이 들어본 예가 없는 것 같다. 어린이가 어린이의 폭력을 죽음으로 피하려한 이 놀라운 현실이 바로 우리의 것이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어른들은 무릎을 꿇어 마땅하다.
형들의 위협과 폭력이 두려워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내어던진 이 철없는 죽음 앞에 우리가 할수있는 것은 내 가슴을 치는 일이다.
공부에 치인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도 우리는 놀라움 속에 혀를 차고 현실을 개탄하는데 열심이었다.
학교와 집주변의 청소년 폭력배들이 어린이들을 괴롭히고 폭력을 휘두를 때도 우리는 내 아이 단속에만 급급했었다.
오염된 물속에서 건강한 물고기가 자랄 수 없듯이 오염된 환경 속에서 건강한 어린이를 기대한다면 우스운 일이 아닐수 없다.
12살 죽음의 충격 속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최선의 길은 엄청난 사건을 일과적 현상으로 지나쳐버리고 내 아이만을 최우선에 두었던 어리석음에서 깨어나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청소년문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우리 공동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아니 청소년 문제는 바로 어른들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어른 등의 폭력ㆍ어른들의 무질서ㆍ어른들의 거짓말은 곧 어린이들의 것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집은 있으나 가정이 없는 사회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가정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가는 기초공동체이다.
가정이 흔들릴 때 사회가 흔들린다는 것은 공식이다. 정직한 아버지와 검소한 어머니가 사랑으로 감싸는 가정에서 범죄 청소년이 자라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가정을 지키는 것이 곧 청소년을 지키는 길임을 우리 모두는 진정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건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한다.
12살의 주검을 마주한 오늘 1천만 크리스찬에게 묻고싶다. 과연 우리 크리스찬들이 정직한 아버지와 검소한 어머니로 살아왔는가. 1천만 크리스찬들이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간다면 더이상 우리사회가 12살의 어이없는 죽음과 만나지 않게 될 것은 너무나 분명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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