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뭇가지들은 이미 나뭇잎들을 매어 붙여둘 힘조차 없다.
봄의 생기와 여름날의 잎들을 기억하는 우리는 계절의 무상함을 절감하면서 초겨울을 맞고 있다. 이 시기에 우리는 대림절을 맞이한다.
교회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대림절은 모든 시간을 통하여 예수의 오심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우리는 일단 이스라엘 땅에서 생활하셨던 주님의 강생을 기억하고 또한 우리 인간의 반려로서 지금 이 자리에 오시는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그리고 세상 마칠 때 영광 중에 오실 주님의 재림을 기다린다.
시간을 만드신 분이, 시간을 초월하시는 이가 시간 속에 오셨고 또 오시고 있다는 이 신비 앞에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것이다.
수백억만년의 세월도 우리의 머리로 계산하면 거의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이지만 영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무와 같은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시간을 창조하신 바로 그이가 몸소 우리를 찾아 주셨고 또 오시겠다고 약속하셨으며 이미 우리 가운데 계심을 숙고할 때, 시간 속에 사는 우리는 측량할 수 없는 은총의 힘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현세와 물질에 마음을 쏟던 우리는 이 신비 앞에서 일대 전환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회개하라』이 말은 세례자 요한의 외침이었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네 마음을 고쳐라, 생각을 돌려라, 네 행동 자세를 새롭게 하라는 뜻이지만 실상 회개란 외적인 생활을 완전히 변화시킬 만큼 깊은 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요한은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먹을 것, 입을 것이 있는 이는 없는이 에게 나눠주고, 사회통념상 예사로 행해지던 직권남용도 엄하게 경고했다.
이와 같은 가르침과 관련하여 교회력으로 새해벽두를 맞아 한국교회에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우리 교회가 지난 해 세계성체대회를 주최하면서 실천운동으로 삼았던「한마음 한몸」운동을 금년에도 계속, 전교구가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마음 한몸」운동은 한시적으로 끝낼 성질의 차원이 아니라 복음에 따른 나눔의 실천행위이기 때문에 전신자들의 마음과 생활 속에 뿌리내려져 습관화돼야 할 신자생활의 실천적 과업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91년은 교황 레오 13세가 노동현장(레룸 노바룸)을 반포한지 1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현재 한국교회 내 각 본당에서 육체 노동자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노동사목에 특별히 배려하는 교구도, 본당도 적어지고 있다. 교회가 중산층화 돼가는 이 시점에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농촌공소의 쇠퇴화도 안타깝다. 도농간의 나눔, 빈부간의 나눔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교회내 문제와 함께, 이 교회가 사회적으로 널리 개발되고 누룩의 역할을 해야 하는, 근본적 문제 또한 있다.
근래 들어와 극심해져 가는 범죄의 흉포화, 청소년범죄의 급증 등의 문제에서 교회는 사회의「도덕성 회복」을 위한 방안ㆍ활동을 위한 대사회 사목을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90년도 주교회의 추계정기총회가 남북한 화해분위기 조성을 위한 정치범 석방촉구 서한을 노대통령에게 보내기로 한 결정을 보고, 분단의 극복과 통일민족적 가치 창조에 필요한 통일사목에 실질적인 연구와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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