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0년, 그러니까 강산이 4번이나 변했는데 저 자신이 변한 것은 나이 먹고 늙었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 분이 사제생활 40년을 지냈다면 더 많고 좋은 일을 했을 터인데, 공연히 자리만 차지하고 허송세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운 마음 뿐입니다. 이러한 저를 축하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오늘을 있게 한 주님은 만가지 찬미와 깊디깊은 감사를 받으시길 간절히 빕니다.
먼저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교회의 여러 어른들과 은사님들, 사제로 지켜주신 주교님들, 여러 신부님들과 동창 신부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변함없이 고집 세고 융통성 없고 안하무인격인 저를 이해해주고 감싸주고 협조해주고 직ㆍ간접으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교우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본당사목과 아울러 개인적인 간접전교를 위한 우표달력을 비롯 7권의 책자를 펴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교우 여러분의 기도와 희생이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 고마운 마음 더욱 간절해집니다.
또 4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저의 건강을 돌봐주고 사목활동에 지장없게 늘 신경써준 주방아주머니들과 델피나, 수산나, 안나, 젬마와 그 동생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저를 어머니나 누나나 다름없어 아껴주고 걱정을 많이 해주는 분들입니다.
제가 늘 생각하고 있던 이상적 사제상은 예수님을 빼놓고는 모세였습니다. 그는 이교문화권에서 자라 동족애에 불타 있었고, 하느님께로부터 소명받은 다음부터는 늘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중재역할을 어김없이 또 완전하게 하여 자기가 맡은 그 백성을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에집트에서 탈출시켜 구해냈습니다. 예수께서도『나에게 맡겨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요한 18, 9)라고 말씀하시고 실제로 그렇게 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해본다고 한 것이 보기에 지나친 언동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저의 생각은 아마 죽을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사제로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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