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일의 일이었다. 주일 미사를 끝내고 피곤한 몸으로 신자들을 전송하고 있었다. 천여명의 신자들이 한꺼번에 물밀듯 밀려 나가고 있었고 한사람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망울을 굴리면서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옆으로 다가와서 내 손을 잡는다.『신부님 정말 잘 들었습니다. 신부님의 오늘 말씀은 바로 저에게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큰 감명을 받았고 제 생활에 큰 도움 될 말씀이었습니다』하며 눈시울을 적신다. 그 순간 나는 모든 피로가 싹 가시고 보람을 느끼면서 그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보냈다. 일주일 내내 준비한 강론이 빛을 보는 듯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서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다시 나의 옆에 와서 한마디 한다. 『신부님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나는 그를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들어와 앉자마자『신부님 정말 그러시깁니까』하고 시비를 건다. 나는 영문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되물을수 밖에 없었다.『무슨 말씀이신지 전 잘 모르겠는데요』『시치미 떼지 마십시오. 신부님은 참 편리하시겠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조용히 불러다가 타이르실 일이지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를 빗대놓고 강론 때 말씀하시다니요. 신부님이 정말 그러실 수 있습니까』하고 따진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오늘 강론은 자기를 빗대놓고 많은 사람 앞에서 공개한 것이라는 거다. 나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하는 말로 알아들었다니 감사합니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한쪽 귀로 들으면 다른쪽 귀로 흘러 나가는 사람, 한쪽 귀로 들어가서 곧바로 입으로 나오는 사람, 한쪽 귀로 들어가면 머리로 가서 생각하고 다시 입으로 나오는 사람, 한쪽 귀로 들어가면 가슴으로 들어가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다시 머리에 들어가서 생각하고 입으로 나오는 사람….
예수께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말씀해 주신 것이 바로 이것을 말씀 하신 것이리라. 씨는 분명 같은 씨였는데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서『신부님 정말 감사합니다』하고 백배의 열매를 맺었고 어떤 것은 가시덤불에 떨어져서『신부님 정말 그러시깁니까』하고 시비를 건다.
내가 오늘 강론을 잘한건가? 잘못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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