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대림 제2주일은 우리 한국천주교회가 제정한 「인권주일」이다. 82년 추계 주교회의 정기총회를 통해 설정됐으므로 인권주일은 올해로 9살이 되는 셈이다. 당시 한국의 상황 속에서 교회의 인권주일 제정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교회의 자각과 각성을 촉구한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었다. 힘의 논리가 사회저변에 깔리면서 막강한 공권력 앞에 수많은 인권이 짓밟히고 있던 시대에 교회의 인권주일 선언은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 되기도 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려주고 눈 먼 사람들을 보게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는 주님의 은총을 선포해야 한다」고 밝힌 제1회 인권주일 담화문은 이 시대에 있어 교회의 사명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만8년, 횟수로는 9년이 지났고 우리교회는 다시 인권주일 앞에 서게 됐다. 그러나 제9회 인권주일을 맞으면서 우리는 교회의 자세, 생각, 실천의지 등을 그대로 이행해 왔는가 하는 물음을 준엄하게 스스로에게 던져야만 할 것 같다.
그것은 교회가 제정한 여타 기념일과 마찬가지로 인권주일 역시 제정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을 연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정 9년이 지난 지금 인권주일은 교회와 지난 지금 인권주일은 교회와 신자들에게 무슨 의미로 새겨져 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인권주일이 설정될 당시에 비해 오늘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인권의 신장을 보이고있다. 결실 뒤에는 교회의 보이는 역할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역할이 중요한 몫을 차지했다는 사실에도 의심이 여지가 없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여전히 인권은 공권력에 의해 의미 없는 폭력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으며 그 사례들은 하루가 멀다하게 각종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흔들리기 시작한 경제 질서는 급기야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우리의 사회윤리를 궤도 밖으로 밀어내 버리고 말았다.
공권력은 공권력대로, 폭력은 폭력대로 인신매매는 인신매매대로 난무하는 이 시대를 일컬어 과연 인권이 회복되고 있단 말인가.
하나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로 가는 이 길목에서 어느새 우리는 무수한 인권이 온갖 엄청난 폭력의 이름으로 짓밟히는 혼탁함과 만나고 있다는 얘기다. 제9회 인권주일에 교회가 해야할 일은 인권주일 설정 당시의 교회의지를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오늘 우리사회에서 버림받고 짓밟히는 모든 인권을 교회의 이름으로 보호하고 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는 일이기도하다.
모든 인권이 인권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사회야말로 인권주일을 설정한 교회가 최종적으로 이룩해야할 목표가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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