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경쾌한 시동소리로 하루의 시작인 집 앞 출발선에 섰다. 새벽 안개가 뿌옇게 깔린 것을 보니 오늘도 날씨가 쾌청할 것이라 미리 예상한다.
주모경을 외우고 오늘도 무사하기 빌며 하루를 모두 주님께 바치니 맘이 편해온다. 아직 많지 않은 차들로 2차선을 80킬로로 달리는데 내 앞을 막으며 들어오는 검은색 자가용이 왠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채 십분이 지나기 전에 하느님께 기도한 것은 그냥 잊어버리고 나의 앞을 막는 차를 잡기 위해 속력을 내어 나도 똑같이 보복운전을 몇 번…어떤 얼굴인지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반대편 차를 보니 그 쪽은 씽긋 웃는 것이다.
창문을 열어 손짓하면서 나의 차속 빽밀러의 묵주를 가르키는 것이었다. 괜히 미안해졌다. 아차! 옆의 사람은 흰 칼라의 신부님이었다. 그 신부님은 나에게 뭔가를 주려고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나의 손에 넘겨받은 것은 성모님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새끼손가락만한 동고상이었다. 왠지 하느님께 부끄럽고 죄스러웠다.
하루를 하느님께 바치려고 결심한지 10분이 채 지나기 전에 그리스도 신자를 빙자한 마귀의 탈을 쓴 위선의 인간이 된 것이다. 오늘도 그 동고상을 보며 나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조금이나마 돌이켜볼 수 있는 살아있는 성모님과 예수님을 난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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