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도소지요?』
『의정부 교도소예요. 차를 두세 번 갈아타야 하는데 처음에는 좀 다니기 힘들거예요』
「혹시나가 역시나」라더니 정말 그러했다. 어머니가 수감되어 계신 교도소에 아들이 교리를 가르치러 가다니 이건 흡사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어머니가 계신곳에 가보고 싶은 일념으로 수사님의 부탁을 수락했다.
의정부교도소는 꽤 먼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처음 가보는 교도소는 역시 높은 콘크리트 벽때문인지, 선입견 때문인지, 한없이 살벌하게만 보였다. 바깥으로 보이는 논에는 몇몇 재소자들이 간수들의 감독 하에 일을 하고 있었다.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사무실에 인사를 드리고 나서 책들이 많이 꽂혀있는, 도서실 비슷한 곳에서 교리를 시작하려고 재소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총 열명의 재소자들이 들어왔다. 수사님은 재소자들에게 나의 소개를 해주었고 나는 그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예전에는 재소자들을 무섭다고 느끼거나 혹은 경멸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날은 유달리 그들의 짧은 머리와 파란 옷과 번호표가 하나도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졌다. 교리를 시작했다. 교리를 가르치면서도 저들과 같이 생활하고 계실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여러 번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한 이틀이 지났을 때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교도소 담당 수사님께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고 또 어머니께서 의정부 교도소에 계시다는 말씀도 함께 드렸다. 수사님은 무척 놀라셨고, 왜 그런 얘길 이제서야 하느냐고 마구 나무랐다.
『내일은 어머니를 만나보도록 해요』
『예?』
『어머니를 같이 만나자구요. 제가 소장님께 말씀드려 볼게요.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가능할거예요』
『정말이예요, 수사님?』
『그럼요. 단,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세요. 괜히 눈물 보여서 어머니 마음 더 괴롭게 하지 말구요』
『수사님!』
나는 또 바보같이 눈물을 보였다. 고맙기도 했고 내가 한없이 비참해 보이기도 했다.
수사님은 조용히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그래요. 마음이 괴로울 땐 우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예요. 가슴속이 후련해 질 때까지 한번 신나게 울어봐요』
그 날밤은 어머님을 만날 생각에 잠을 많이 설쳤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등등 생각을 많이해서 그런지 꿈에 어머니가 보였다.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예전에 살던 집에서 함께 차를 마시며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누는 꿈이었다. 꿈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기를 바랬지만 새벽은 또 어김없이 찾아왔다. 아침 일찍 의정부로 출발해서 서둘러 교리를 끝낸 뒤 사무실에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사님과 소장님과의 대화는 예상외로 상당히 길어졌고 그래서인지 괜히 불길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한시간쯤 지난 뒤 수사님은 웃으시며 이야기가 잘 되었으니 아무 걱정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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