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거의 한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연말과 함께 맞는 이 성탄시기에 전국 각 도시의 상가에는 휘황하게 불을 밝혀놓고 행인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직장마다엔 망년회다 뭐다하며 술자리가 벌어지는 시기이다.
여유있는 이들이 먹고 마시고 입을 준비에 바쁜 이때 생산비도 못 건진 농민들의 한숨소리 또한 드높다.
갈수록 심해가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각종 양식업이나 고기잡이에서 별소득을 못 올린 어민들의 생활 또한 눈물겨운, 차가운 겨울이다.
갈수록 두터워져 가는 빈부격차의 높은 벽속에서도 그리스도께서는 강생하시고, 재림하시면서 심판하러 오신다.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시급한 일은 서울시내만도 다방수보다 많은 교회당의 성탄트리에 불을 켜는 일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강생하셨을 때 이름없는 고을의 순박하디 순박한 처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고, 그분을 최초로 알아본 이도 지식도 권력도 없이 그저 가진 것 없이 겸허했던 목동들이었음을 상기하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특히 지금 지녀야할 자세가 무엇인지 자명해 진다.
마음을 순수하게 정화하고 낮춰져야 우리 가운데 오시는 그리스도를 맞이할 수 있고 또 마음 안에 그리스도를 모실 수 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그리스도의 초림은 증거해 주었다.
『참으로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가 내 마음 안에서 강생하시지 않는다면 성탄이 내게는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하신 어느 성인의 말씀처럼, 우리는 세상의 번잡함을 떠나 내 마음 안에서 그리스도가 탄생하시도록 정신차려 준비해야 하는 때이다.
오늘은 대림3주일이자 주교회의가 제정한 일곱번째의 자선주일이다.
이 땅에서 생활하느라 본능적으로 지녔던 이기심의 문을 활짝 열고 이웃의 아픔에 눈을 돌려야 한다.
가톨릭교회기관내에만 복지시설이 전국적으로 2백여개에 달한다.
이들 시설에는 고아ㆍ무의무탁노인ㆍ장애인들이 따뜻한 손을 통해 오시는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다.
또 전국 40여개의 교도소에는 5만여명의 재소자들이 차가운 감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이들을 찾지 않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찾지 않는 것이 된다.
그리스도 친히 자신을 배고픈자ㆍ병자ㆍ죄수와 동일시하셨기 때문이다(마태오25장).
한국초대교회도 박해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명을 잃어가면서 또 고난을 피해 심산유곡에서 화전을 일구며 교우촌을 형성하는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영해원ㆍ시혜원을 운영해 고아와 병자들을 위한 자선행위를 함으로써 그리스도의 핵심적인 가르침만은 등한시 하지 않았다.
세상에서의 성공도 노력도 그와 어떤 무엇도 그리스도의 심판기준이 아니나 이웃에 대한 구체적인 자선행위만은 심판의 저울대라고 친히 명시하셨기 때문에 자선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생활규범이 돼야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으며 지금이 바로 실행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때인것도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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