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버지가 딸을 술집에 팔아 넘겼다는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새삼스럽게 우리 사회가 윤리도덕적으로 얼마나 타락했는가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신문을 덮고 나도 모르게 묵주알을 굴리며『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당신이 사랑하시는 이 땅을 굽어 살펴보시옵소서. 평화의 어머니시여, 평화를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나라에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성모님의 도움」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문제는 성모님의 은총이 있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나는 믿고있다.
지난번 내가 교황님을 만나 뵈었을 때 교황님께서도『성모님의 은총이 계셨기 때문에 폴란드를 비롯하여 동구라파와 소련이 민주화되고 있는거』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명백히 1916년 파티마에서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후 세계 각국에서 열심한 신자들이 바친 묵주기도의 힘이며 성모님의 승리이다.
미사일로도 이루어내지 못한 동서독의 통일과 동구라파의 민주화를 평화의 어머니신 마리아께서 이룩하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의 통일이 부러운 우리나라, 윤리와 도덕이 땅에 떨어진 이땅에 가장 필요한 것이 성모님의 은총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순교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교회와 성모님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박해시기 중에 교황청은 우리나라에 주보로 원죄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를 정해주시며 그 보호를 빌도록 했고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성모상본 하나에 의지하여 거칠은 황해바다를 건너셨으며 김 신부님이 순교하신 다음에 다블뤼안 신부님은(후에 주교가 되심) 그동안 우리나라에 베풀어 주신 성모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고자 빠리에 본부를 둔 성모성심회에 가입하기로 마음먹으시고 1846년 11월 2일 충청도 공주지방 수리치골에서 미사를 올리고 우리나라를 티없으신 성모성심께 봉헌하고 성모성심회를 창설하여 교우들로 하여금 성모님을 찬미하며 그 보호를 청하게 하였다.
그리고 빠리외방전교회에서 파견되신 선교사들은 늘 자신의 선교지에서 자신과 우리나라를 성모님께 의탁하고 봉헌하며 도우심을 빌었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로 지어진 명동성당 역시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께 봉헌된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순교자들이 성모님을 사랑했고 성모님께 기도하였다.
어떤 순교자는 말씀하시기를『성교회의 머리는 천주님이시고 목은 동정 성모마리아이시며 우리는 모두 그 지체가 된다』고 하시기까지했다. 순교자들의 유물을 보더라도 그분들이 손에 쥐고있던 것은 전부 묵주였다.
대부분의 순교자들이 알고있던 기도의 전부는『예수ㆍ마리아ㆍ요셉 불쌍히 여겨달라』는 것이었다. 순교자들의 입에서는 언제나 예수ㆍ마리아가 떠나지 않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해방된 날 또한 성모승천 대축일이다.
이렇게 박해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져오고 있는 모든 일들을 보면 성모님과 우리나라는 특별한 관계와 사랑을 맺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레지오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점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있는 것이다. 레지오 단원이 많고 푸른군대 단원들이 많다는 점에서 주교로서 기쁘기 그지없다.
그러나 늘 안타깝게 여겨왔고 하나쯤은 만들어서라도 성모님께 봉헌했으면 하고 여겨왔던 일이있다.
이일은 주교로서 다른나라 교회를 방문하면서 늘 마음에 두었던 일이다. 그 일이란 다름이 아니라 많은 신자들이 모여 성모님께 기도할 수 있는, 성모님께 특별히 봉헌되고 바쳐진땅즉 성모님순례지를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 교황님을 만나 뵈옵고 비록 성모님이 발현하신 장소는 아니지만 폴란드교회가 성모님 순례지로 지정하고 그곳에서 성모님께 폴란드의 민주화와 평화를 주시도록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지정한 폴란드교회의 성모님 순례지를 방문하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독일에도 성모님이 발현하신 적이 없으나 성모님께 바쳐지고 아름답게 꾸며, 기도하도록 한 성모님 순례지가 있다.
한국교회에도 교회가 지정하고 아름답게 꾸며 기도하도록 성모님께 봉헌하면 성모님 순례지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복음에 나타나는 성모님의 삶처럼, 소박하고 이름없는 순교자들이 치명한 순교성지이며 성모님의 품처럼 아늑한 남양을 한국천주교회의 성모님 순례지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수원서 20㎞이내 있는 남양순교성지는 서울, 인천, 안양 안산시에서도 가까워 지리적으로도「성모님의 동산」으로서 합당하다고 본다.
나는 1차적으로 우리교구를 내년에 남양성지에서 성모님께 봉헌할 예정이다.
그리고 16세이상 55세이하의 모든 신자들이 적어도 1년에 한번은 남양성지를 순례하고 첫째, 「조국의 평화 통일을 위하여」둘째, 「민족의 화해를 위하여」셋째, 「타락한 도덕성(양심)과 신뢰회복을 위하여」란 지향으로 묵주의 기도를 바치라고 권고할 생각이다.
이렇게 우리 교구를 먼저 성모님께 봉헌한 다음에는 한국교회 전체를 성모님께 봉헌하고 모든 이가 순례하며 기도하도록 권고할 생각이다.
내가 이렇게 한국천주교회의 성모님순례지로 남양을 지정하고 한국교회 자체를 성모님께 새롭게 봉헌하고자 하는 것은 성모님의 도우심과 평화가 우리나라에 지금 그 무엇보다 절실히 요청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많은 신자들이 성모님의 순례지로 지정하는 남양을 순례하며 남양을 아름답게 만들고 가꾸는데 정성껏 참여하기를 권고하는 바이다.
1990년 12월 8일
성모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대축일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