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발표한 사도적 권고「평신도 그리스도인」은 교회내외에서의 평신도의 위상을 제2차 바티깐공의회의 그것에 이어 다시금 확인ㆍ재정립、2천년대를 살아갈 교회에 뚜렷한 하나의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
87년 10월「평신도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열린 제7차 시노드에서 안출된 사항들을 토대로 발표된 이번 사도적 권고「평신도 그리스도인」은 한 마디로 말해 현세 질서의 복음화를 위해 바로 그 사회의 구성원인 평신도들이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각 방면의 질서 속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평신도 그리스도인」은 여성 평신도들이 교회와 사회 현실 속에서 참여의 폭을 한층 확대시킬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도가 인성(人性)을 취하시고 인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신지 2천년이 흘렀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전 인류의 3분의1도 되지 않고 있으며、전세계 도처에 걸쳐 전쟁、기아、정치 경제 사회적 불의가 그치질 않고 있다.
교회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자신을 적응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불의가 득실대는 이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제2차 바티깐공의회를 개최한 바 있다. 공의회 개최 이후 20여 년이 흐른 지금「교회의 쇄신」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나라마다 그 사회와 교회가 처해있는 현실 여건에 따라 완급의 차이는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 발표된「평신도 그리스도인」은 제2차 바티깐공의회 정신이 오늘날 교회의 실존 모습에 더욱 뚜렷이 구현되도록 하기 위함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사실상 교회 안의「하느님 백성」중 99% 이상을 차지하는 평신도들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공의회 정신의 효과적인 구현이나 만족할만한 현세 질서의 복음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외국의 고위성직자나 교회 관련 인사들은 한국교회를 방문하고 한결같이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의 전례 참여 또는 단체활동 모습을 보고 감탄해 마지않고 있다.
그러나 그 감탄이 주일미사때 성당을 꽉메우는 신자들의 모습이나 열심한 레지오 활동 등의 모습을 보고 나온 것이라면 자만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평신도들이 외국신자들의 눈에 비친 외양만큼 내실도 다지고 있는지 성찰할 혜안을 가져야할 때이다. 미사전례와 단체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평신도들이「사목 대상자」로서 수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세상을 변혁시키기 위해 그리스도와 함께 일하도록 부름을 받고 교회와 사회 속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며「하나의 교회」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진단해 봐야한다.
교회로 모인「하느님 백성」을 사회로 파견함으로써 소기의 복음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의 정체감 확립이 선결 과제이다. 만일 지금이라도「평신도는 주일미사를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교무금을 꼬박꼬박 잘 내며 한달에 한번 열리는 반모임에 얼굴 정도 비치면 임무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평신도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 이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평신도들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투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황의 사도적 권고 역시「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문자 그대로「권고」에 그치지 않는다는 보장 또한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현재 신자 중 절반 정도만 주일미사를 지키는 등의 기본적인 신앙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각종 통계는 지적하고 있다. 매년 8%내 외의 교세성장을 가져오지만 그에 비례、냉담자나「미지근한」신자도 늘어나고 있다.
「사도적 권고」마지막 항이 지적하고 있듯이 신자재교육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대도시 본당의 경우 신부 한명이 수천명씩을 사목하는 현 상황에서 효과적인 신자재교육은 요원한 실정이다. 물론 평신도 지도자들도 적지않은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사제부족 현상을 고려한다면 평신도의 역량을 대폭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설사 사제 수가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평신도들의 왕직、사제직、예언직 등 고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본당이나 교구행정 등에의 대폭적인 문호개방이 있어야 한다는게 제2차 바티깐공의회의「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과 이번「사도적 권고」의 요체인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전체 신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본당 일을 결정하는데 아무런 권한이 없는 현실은 여성의 교회내외의 참여를 강조한 이번「사도적 권고」를 계기로 깊은 통찰이 있어야할 것이다.
결국 평신도들이「나도 하나의 작은 교회」라는 정체감을 가지게한 후 사회에 뛰어들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 정치ㆍ사회ㆍ경제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신도들이 현세 질서의 복음화를 통해 사회 구원의 복음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교회는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평신도들의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고취하려는 이「권고」에 앞서 이미 2백주년을 전후로 지난 시노드에서조차 훌륭한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는「2백주년 사목회의 의안」을 전교회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한국교회의 선교 3세기의 지표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의안이 불과 몇년도 지나지도 않아서 상당 부분이 사장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번「권고」발표를 계기로 의안 중「평신도」부분을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다각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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