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람들은 계란을 썩혀서 먹고 한국 사람들은 콩을 썩혀서 먹으며 서양 사람들은 우유를 썩혀서 먹는다. 이는 단백질을 발효시켜서 먹는 것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썩혀서 먹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생식보다 그렇게 유산균이니 초산균이니 하는 묘한 벌레들에 의해 적당히 썩은 것을 좋아하는 습성이 생겼는데 이같이 콩을 썩혀서 된장을 만들고 우유를 썩혀서 치즈를 혹은 요구르트를 만들며 곡식과 과일을 썩혀 술을 만들어 먹는다. 쇠고기는 소를 잡은 지 24시간이 지나야 고기도 연하고 제 맛이 난다고 하다니 이는 적당히 썩을 시간을 주자는 것이요, 오래된 술이 좋다는 것도 충분한 여유를 두어 맛을 내게 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썩는다는 것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참으로 유용한 것이다. 그러나 썩는 것은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썩는 발효와 그렇지 못한 부패가 있다. 푸른 곰팡이는 페니실린의 재료가 되지만 놋그릇의 녹청은 유독소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또 콩의 단백질이 발효하여 된장 간장이 되지만 고기의 단백질이 썩으면 프토마인 중독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또 우유가 발효하면 요구르트가 되거나 치즈가 되어 맛과 영양을 더해주지만 부패하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이나 지식, 재물도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르게 잘 사용한다면 틀림없이 발효에 속하겠지만 남용이나 사리사욕을 위해 함부로 사용하게 될 때 이는 틀림없이 부패에 속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면서 부여한 자유의지를, 인간이 부패시킬 수도 있고 발효시킬 수도 있다고 할 때 우리의 책임이 얼마나 큰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내 것이 아니고 남들이 오랫동안 연구해서 얻은 지식을 내가 빌린 것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물은 남들의 협력에 의해서 나에게 맡겨진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권력도 국민이 나에게 위탁한 것이지 내 것이 아니라는 엄연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이 모든 것이 내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때 나는 부패해가고 있는 것이고 올바로 이해하고 잘 사용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을 때 발효되어 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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