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 만상이 잠든 때, 홀로 양친은 깨어있고 귀연 금발의 천상아기, 평안히 자고 있네, 평안히 자고 있네』
2천년전 오늘밤, 베들레헴 구유에서 구세주가 탄생하신 밤, 이날로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장을 맞게 된것이다.
불화와 불목과 대립과 갈등의 역사에서 용서와 화해를 표방하는「구원의 역사」가 허름한 마굿간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오늘 이밤, 그같은 역사의 현장을 또다시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평안히 자고 있는 구세주의 모습을 또한 우리는 보고 있다. 2천년전 그 시대에도 그랬듯이 세상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와 한탄의 소리가 시끌시끌 한데도 구세주는 그저 평안한 잠만 청하고 있는 듯하다.
괜시리 떠들썩하고 들뜬분위기에 휩싸이기 쉬운 우리들에게 구세주는 이날만큼은 좀「평안한 마음」을 가져보라고 권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구세주를 보내신 하느님의 사랑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의 고통을 못내 애닯워하시다가 그 고통과 끝내 함께 하시고자 뜻을 세우신 지고한 사랑과 은총과 능력에 모든 것을 말겨보라고 충고하는 듯 하다.
오늘 이 시점, 우리 모두는 정말 낮추고 비우는 자세로 가장 소탈한 심정으로 구세주의 탄생을 맞이해야 할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이날을 그저 기뻐하는 마음으로 즐거움의 환호를 서로 나누는「축제의 날」로서만 지낼것이 아니라, 구세주 탄생의 배경 속에 스며있는 참의 미를 새로이 되새겨 봄으로써 이 경축스런 날을 더욱 보람있고 알차게 지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상과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신 하느님께서는 인간과 그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당신 외아들을 보내셨고, 또 이 외아드님은 본래 하느님과 본질을 같이하는 분이셨지만 당신 자신을 비우시고 낮추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을 우리는 신앙으로 고백한다.
또한 이렇게 탄생하신, 인간이 되신 구세주 하느님은 스스로『나는 선한 사람을 부르러 온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태9,13)고 강조하며서『나는 성김을 받으러 오지 않고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려 온것이다』(마태20,28)고 역설하셨다.
우리는 지금 이순간 우리의 신앙고백과 구세주 하느님께서 스스로 자신을 소개한 성서말씀을 통해 보다 선명한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가 있다.
곧 오늘 탄생하신 구세주 하느님께서는 좌절과 실망, 골깊은 패배의식에 편승한 죄의식에 사로잡혀 매일매일 삶의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면서, 변명에만 의존해오고 있는 우리들의 초췌한 모습을 꾸짖지 않으시고, 나도 너희들과 같은 모습이다고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 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 때문에 최소한 이 경사스런 구세주 탄생일만큼은 우리 모두가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완전한 인간으로 그 절대적인 품위와 가치를 누려볼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부언하면 죄로 인해 상실되어버린 인간의 참 품성과 가치가 이날을 계기로 새로이 회복되고 우리 모두가 그회복된 품성과 가치를 지속시켜 나가야하는 깊은 신앙적 의무를 깊게 자각할 수 있을 때 구세주의 탄생이 주는 환호는 더욱 더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 질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무감으로 새겨진 우리의 가슴을 세상 곳곳의 만인을 향하여 활짝 열어 적힐 때 세상은 참으로 성탄의 빛을 받아 어두움이 사라지고 온통 밝아질수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구세주 탄생으로부터 오는 이러한 희망은 우리 모두에게 부단한 성찰과 회개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또한 잘 알고있다.
끊임없는 성찰과 회개는 신앙인 각자에게 주어지는 매일매일이 이날 구세주 탄생일에서 맛 볼 수 있는 그러한 환희를 끊임없이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말하면 성찰과 회개의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구세주는 그때마다 또다시 새롭게 탄생하게 될것이고 그로부터 우러나오는 광명의 빚은 세상이 잘못되어 간다는 우려와 한탄의 울부짖음을 불식시켜 줄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질 만능주의에 편승한 이기주의ㆍ쾌락주의와 불신과 대립으로 점철되어 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이 짓밟힐대로 짓밟혀 소름끼치는 범죄와 인신매매등 각종 범죄가 만연, 급기야 정부당국은「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 무질서를 척결하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수립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한 바 있다.
어두운 사회현실을 개탄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저물어가는 세모에 더욱 우리의 가슴을 착잡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암울한 시점에서도 이미 살펴본바와 같이 구세주는 어김없이 우리곁을 또다시 찾아왔고 또 새로운 희망의 빛을 안겨주고 있다.
저물어가는 한해를 보내면서 또한 새해 맞이를 앞둔 시점에서 구세주의 탄생일을 맞게되는 것은 진부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특별한「시간적인 맥락의 의미」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신앙인뿐만 아니라 보통의 세상사람들 대다수도 이 시점에서 자신이 살아온 한해를 되돌아 보는「반성의 시간」과 함께 새해를 설계해보는 「계획의 시간」을 가지게 되므로 성탄은 참으로 모든인간들에게 반성ㆍ회개를 통한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계기를 제공하게 되는것이다.
구세주 강생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관명의 빛이 온세상 곳곳을 두루 비쳐 세상의 모든 근심과 어두움을 몰아내고 평화의 축복이 온세상에 충만하기를 마음모아 기원해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