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淸州, 글자 그대로 새 제주본당, 3대주임으로 부임한지 어느덧 2년 5개월이나 되었다. 사실 10년 전 이곳 신시가지 조성 계획에 따른 교회부지가 마련되어 4년 만에 본당으로 승격된 곳이다. 당시 교적상 신자수는 350, 그러나 지금은 2천명을 넘고 있다. 해마다 3백여명의 형제자매의 증가수를 자랑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안고 있어 기대도 크고 그에 따른 사목계획도 결코 소극적일 수는 없다.
그런데 여기는 아무도 살다간 곳이 아니다. 또한 물려받은 땅도 아니다. 또한 물려받은 땅도 아니다. 제주시연동을 본적으로 하는 신자세대수는 고작 둘뿐이다. 나머지 전부는 타 지역을 고향으로 하는 외로운 이방인들이다. 글자 그대로 대한민국팔도출신이 다 모인 곳이다. 그러다보니 주위에서 들려오는 언어도 각기 지방색이 두드러진다. 제주속의 서울인지 경상도인지, 전라도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언어가 다르고 풍습이 다를 때 보여지는 양상도 다양하고, 생각하는 관점도 여간한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이곳 신자들은 대체적으로 젊다. 생활기반도 안정되고 교육수준도 대단하다. 또한 이미 전 본당에서 활동도 앞장섰던 분들이다.
그러나 모두 이곳에 살기위해서 왔다. 인연이 있었든 없었든 나름대로 개척자 정신에서 입주1대를 자랑하면서 말이다. 그러기에 매사에 의욕적이고 진취적인 자세이다. 그 결과로 협소한 임시경당에서 새 성전 건립에 참여하는 모습은 실로 대단하다. 교적상 신자수 2천여명, 외보의 지원 없이 순수한 자력으로 5억원이 소요되는 새 성전 건립에 따른 참여이다. 제주도 실정에 순수 신자모금으로서는 놀라울 뿐이다. 그러기에 나름대로 정성껏 봉헌약정서를 제출할 때 액수가 적다고 일방적인 설득과 더불어 반려를 했었어도 별 소란이 없었다. 오늘도 모표달성을 위해 애쓰고 기도하고 있지만…. 허나 본당신부로서는 그럴 때마다 가슴 조이고 밤잠 설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모든 것을 옛날이야기로 돌릴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위하면서 그리고 흉경사시 서로 돌보는 모습은 분명 사랑의 공동체이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곳! 그러나 이제는 모두에게 특히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후손에게 물려줄 자랑스런 본당이요 고향땅임을 강조하며 오늘도 더욱 열심히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하느님 일에 적극 앞장서려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청구서랑 하느님께 제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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