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세상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 보면 하나같이 살기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어려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경제 문제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살고 있다. 모두들 죽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요새 한참 호황을 누리고 있는 직업이 꽤 많다. 직업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엿장수가 어떨까? 특히 오늘 아침에는 엿장수가 좋겠다. 아마 오늘 아침 전국 모든 엿공장은 장사진을 이룰 것이다. 아니면 무당이나 점쟁이를 해볼까? 요새 무당이나 점을 치는 분들이 한참 호황을 누리고 있단다. 그것도 마음에 안들면 다른 것도 있다. 절에 들어가서 스님이 되는거다. 아니면 신학교에 가서 목사님이나 신부님이 돼 보면 어떨까? 요새 한참 경기가 좋단다. 내가 천주교 신부니까 스님이나 목사님의 수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요새 신부님들 돈의 유혹을 많이 받는 때이다.
오늘이 대학입학 학력고사를 치르는 날이 아닌가? 오늘 시험을 치는 학교 정문 앞에를 가 보자. 왜 엿장수가 돈을 벌 수 있는지 즉시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3개월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들 시험에 꼭 합격할 수 있게 미사 좀 드려 달라고 신부님을 찾아온다. 하느님을 대학교 총장이나 학장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할머니는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아빠는 예배당에 가서 목사님께 예물을 드리면서 기도 부탁하고 엄마는 성당에 가서 신부님께 미사를 부탁드리고…. 부처님이나 하나님이나 천주님 중에 누구라도 하나 걸려서 아들 합격만 시켜주십시오 한단다. 오늘 시험을 치르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기도나 불공을 드려서 하느님께서 모두 다 합격시켜 주신다면 대학을 몇 개나 더 만들어야될까? 자! 꿈에서 깨어나자. 부처님이나 하느님이 우리네처럼 그렇게 돈에 눈이 어두워서 돈 몇푼 집어주면 우리가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주시는 그런 분으로 착각하지 말자.
평소에 열심히 공부를 잘했지만 조급한 마음이나 당황하는 마음으로 자기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에서 자기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한다면야 신앙심의 표현으로 볼 수 있고 또 그런 신앙심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만한 것이나, 남이야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다 하더라도 다 떨어지고 내 자식만 합격하게 해달라고 기도드리고 불공드리고 미사 드리고 엿을 사서 붙이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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