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는 근래에 보기 드문 쾌사를 맞이했다. 「젊은이들을 위한 철학」의 출간이 바로 그것이다.
2백년 한국천주교역사에 있어 처음으로 일반학교의 교재가 발간되었다. 이런 책이 발간되리라는 소식은 벌써 가톨릭의 매체와 일간신문들을 통해 익히 알려진 바였지만 막상 출간된 책자를 대하니 그 내용의 충실함과 풍부함에 다시금 찬사를 보내게 된다.
이 책의 1편에서는 철학의 역사 즉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역사를「철학이란 무엇인가」로시작하여「자연과 인간」「신을 찾는 인간」「이성과 경험」「현대철학의 흐름」등 5장으로 나누고 각장은 또 4~5절씩으로 나누어졌다.
제2편에서는 철학의 제문제를「인식론」「형이상학」「인간학」「윤리학」「신의 문제」「한국철학」등 6장으로 나누었으며 각장을 또다시 4~5절로 나누었으며「한국철학」은「불교철학」「성리학」「도학의 정착」「사상의 근세적 다변화」「근대적 위기와 변혁」등 5절로 나뉘어 다루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그 목차만 보더라도 얼마나 이 철학서적의 내용이 짜임새 있으며 정성 드렸는가를 첫눈에 알 수 있다.
또 집필진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위원장을 맡아본 정의채 신부(서강대 교수)등 7명과 대구에서 충무를 맡아본 박석희 신부(대구가톨릭대교수)등 7명과 이 책이 나오기까지 모든 업무를 맡아준 김길수 교수(대구가톨릭대)등 총15명이다. 또 한편 위원장의 말을 빌린다면 철학 각 분야의 전공자들이 자기전공에 따라 각 분야를 집필했기 때문에 집필 인원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만큼 모든 분야가 충실하게 되기를 기도한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이정도로 각분야전공의 인원이 동원되었다는 것은 이제 한국가톨릭교회가 그만큼 문화적으로 특히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철학분야에 있어서도 무시 못 할 역량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는 단적인 표시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철학교재의 핵심을 이 책의 서문이 명쾌히 지적한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적사상을 배경으로 하여 서구철학사상을 조감하는 관점에서 뜻을 같이하는 철학교수들이 펴낸 책이다. 서구철학은 그리스철학에서 연유하지만 그리스도교사상과의 만남을 통하여 독특한 양상으로 발전하여온 것이 사실이다. 중세는 물론이고 근대ㆍ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철학사상의 깊은 저류에는 이런 흐름이 직접 간접으로 연면히 흐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철학을 전체적으로 조감한 점은 다른 철학책들과 궤를 같이 하지만 위와 같은 관점에서 조감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할 것이겠다. 끝으로 이 책이 모든 젊은이들에게 세계관과 인간관ㆍ종교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실천생활에 길잡이구실을 하여준다면 저자들은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참으로 이 땅에서는 경제의 놀라운 발전과 종교의 놀라운 흥황이 있지만 사색과 사상은 혼미를 거듭한다. 나날이 더욱 황량하여져만 가는 우리 젊은이들의 정신풍토에 이 한권의 책이 큰 청량제의 구실을 하여줄 것으로 믿는다.
이 철학서는 고등학생을 위시하여 대학의 저학년생활들과 여타의 철학을 올바로 이해하기를 회구하는 모든 지성들을 위해 저술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들은 이런 독자들에게 가장 걸 맞는 책을 꾸미기 위해 오늘의獨ㆍ 佛ㆍ英ㆍ伊ㆍ日ㆍ등의 비슷한 철학책들을 참고하여 우리 젊은이들을 위해 알맞은 책을 꾸미고자 노력한 것으로 들린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난삽한 철학용어와 사상들을 쉬운 말로 표현하여 우리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무척 고민하였다고도 들린다. 그러므로 저자들은 가끔 그 또래의 학생들과 같이 읽어가며 원고를 작성하였다니 그 노력과 진지함에 고개를 숙일 따름이다.
또 편찬위원장 정의채 신부가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토로한 저간의 고충도 마음에 와 닿는다.『가톨릭신앙을 가진 철학교수들이 대거 참가하여 공동집필하였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참가교수들이 서울과 대구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 때문에 원고수합, 문체 및 체제통일의 견교환 등의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한국가톨릭교회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철학교재 편찬이라는 점에서 참가자 모두가 신앙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하였다. 더 나아가 정 신부는『평신도 교수분들이 후대들을 위한 사명감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였다. 이 책은 3년여에 걸친 刻苦의 결정체이다』라고 하였다.
이제 우리는 교회전래 2백주년을 넘어서고 2백만 신도를 헤아리는 이 마당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뿐더러 이제 비로소 가톨릭이 이 땅에서 문화의 滿洲를 합해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볼 수 있는 이「젊은이들을 위한 철학」을 필두로 다른 모든 교재를 특히 인문계의 올바르고 좋은 교재들을 속속 출간하여 이 땅의 문화계에 진실로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하였음을 알리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젊은이들을 위한 철학 출간 작업이 그동안 한국교회의 이렇다 할 지원 한번 받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며 서울에서 성직자 한분과 몇몇 평신도 교수 분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10년이란 세월을 자라오며 내실 있는 연구, 발표와 책자출판을 거듭해온「그리스도교 철학연구소」관련 교수들과 또 대구에서 성직자 한분과 몇몇 평신도 교수님들이 정성하나로 지난 몇 년간 키워온「토마스 학회」의 회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데서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또한 이 기회에 2백주년에 그렇게도 소망하였던 훌륭한 가톨릭의 종합대학이 하루속히 실현될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가톨릭문화정착과 민족문화창달에 크게 이바지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들은 이「젊은이들을 위한 철학」한 권의 책을 2백주년 때 수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혼연일체가 되어 4년여의 피나는 노력의 결정체로 산술해 낸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사목회의 의안」과 나란히 우리시대가 내놓는 그리고 후대들에게 전해줄 역사적 작업으로 치부하고자한다.
끝으로 그동안 이 철학서 출간을 위해 근 4년에 걸쳐 수고해준 집필자들과 편찬위원들 그리고 이 책의 출판을 기꺼이 맡아준 이문출판사에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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