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흔히 말하는 발바닥신자였는가보다. 남편에게 이끌려서 영세를 받고 주일미사만 겨우 참례하는 그런 신자아닌 신자였었다. 전혀 아무런 걱정 없이 잘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하느님을 굳게 믿을 필요성이 없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우리가정은 남편이 건강하며 직장에 충실하였고, 아들 딸 남매에다, 저 역시 재치 있는 아내라는 칭찬을 들으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남편이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남으로써 비로소 깨달았다. 갑자기 우리 곁에서 아빠를 불러 가신 하느님을 무척이나 원망하며 미워하였다.
모든 인간을 사랑하시고 전지전능하신 그분께서 왜 하필이면 우리에게 가장 고귀한 그를 불러가셨는가 말이다. 하느님은 왜 우리가정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귀여운 우리 남매에게는 개망나니의 대명사처럼 불리 우는 애비 없는 자식을 만들어놓고 사랑하던 아내에게는 과부라는 사납고 모질어 뵈는 낱말이 붙게 하고 하느님은 왜 그를 불러가셨는가 말이다. 수없이 원망하며 미워하며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지 않을려고 발버둥 쳤다.
그토록 하느님을 원망하는 나는 새로 부임해 오신 베네딕도 신부님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늘 미워만하던 하느님을 마음속 깊이 모시기 시작했다. 하느님이 주신 우리 세식구의 생명을 당신 뜻대로 하시라고 맡기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봉사활동은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서 보다 하느님이 아빠를 더 필요로 하셨으리라 믿으며….
우리에게서 떠나고 없는 남편이고 아빠이지만 그가 떠남으로 해서 더욱 큰 하느님을 사랑을 알았고 지금도 어려운 일이 닥치면 하느님을 만나러 성당 안에 들어가 해결해 주십사고 간절히 부탁드린다. 그러다보면 어려운 일이 나도 모르게 해결된다.
그가 떠난지 네 번째 해가 되었고 잔병치레가 심했던 아이들이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큰 아이가 중학교 1학년, 공부도 잘하고 아빠만큼 자랐다. 딸아이는 똑 부러지는 아이, 이 아이는 수녀님이 되겠다고 하는 아이이다. 지금 아빠가 계시다면 더 행복했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가 아직 내 곁에 있다면 나는 아직까지 하느님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곁에서 떠나버린 아빠를 원망하지만 더 큰사랑이신 하느님을 알게 해 주신 아빠께 감사드린다. 항상 당신이 사랑하시던 주님 곁에서 영원한 생명 누리시길 남아있는 우리 세 식구는 오늘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정명옥<강원도 양구군 양구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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