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부터 사업관계로 중국에 십여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매번 중공에 성당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번번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으나, 이번에는 참석하게 되었다.
북경에 묵게 되어 수소문한 결과 북경반점(호텔)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선무문성당(宣武門 天主敎堂)이 있음을 알아내어 아침 9시 30분 미사에 참석하였다. 큰 성당건물이 초라한 모습으로 천안문(天安門)뒤쪽 큰길로 뻗은 모퉁이에 버스정류장을 겸한 입구를 갖고 서 있었다.
정문은 수리중이어서 옆문으로 들어가니 한국의 여느 성당처럼 입구에 성모상이 서있었으며 울긋불긋한 조화가 성모상 앞에 놓여있었다. 감격에 어려 간단히 조배하고 성당으로 향했다. 합창소리가 들려 성당 문을 열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있었다.
한 중공인 부인의 아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 곳에서는 신부의 목소리에 따라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도 무릎을 꿇고 십자고상 10처에서부터 그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렸다. 각 처를 옮길 때 마다 말은 달랐지만 곡은 같아서 나도 우리말로 노래하고 기도드렸다. 그들과 동화되어 천주의 한 형제자매라는 공동체를 느꼈다.
성당 안은 비교적 많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고, 의자는 나무의자에 장궤틀이 붙어있었으며 헝겊방석으로 싸여있었다. 무릎을 꿇고 앉고 서는 데에 불편하지 않았다.
성당 안은 장식이나 보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제단 쪽이 매우 넓어 제대와 신자들의장궤틀사이는 15m이상 떨어져있었다.
남루한 중국인 국민복을 입고 맨바닥에 무릎 꿇어 기도하는 노인의 모습이 너무나 소박하고 진지하게 보였다. 잘사는 외교관 외국 관광객 중국 화교들보다 훨씬 많은 보화를 쌓고 마음을 비운 천주의 자녀로 보여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십자가의 길 기도가 끝나고 미사가 시작되자 현지교우들은 나가고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미사가 계속되는 동안 마이크로 해설하는 사람이 계속 설명 하는 듯 보였고, 독서와 복음은 신부가 직접 하는 것인지 그냥 읽고 넘어가며 강론도 없이 바로 봉헌으로 들어갔다. 긴 채에 헝겊자루가 달린 헌금보자기가 지나가고 서양인 부인이 아이에게 미화1불을 헌금하라고 손에 쥐어주는 모습이보였다.
미사 중에 신도들이 합창하기 보다는 중국인 남녀가 솔로로 번갈아 가며 성가를 불렸다. 많은 외국인들을 위해 해설자가 복음을 영어로 설명해 주기도 했다. 영성체는 영할 사람들이 제대 앞에 나가 제대난간 틀 앞에 서 흰 헝겊을 자기손 위에 가리고 신부가 오가며 성체를 직접 신자의 입에 넣어주었다.
미사가 끝나자, 많은 외국인들이 성당 밖으로 나와 껴안고 인사를 나누었으며 외교관이나 외국인들이 주일날, 이곳북경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양이다.
성당밖에 영어로 성지주일 및 부활미사안내가 적혀있었고 벽보판에는 신부님의 피정 사진들이 전시되었었으며 성당사무실에서는 성서나 성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사제관이나 사무실들은 낡아서 보수공사 중이었는데 너무나 초라하여 국교가 정상화된다면 성금을 모아 굶주리고 헐벗은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원조를 베풀 수 있기를 기도했다.
오신무<서울영등포구여의도동 광장APT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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