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 산문부문 최우수작>
사랑하는 사랑에게!
안녕? 친구!
언제나 같이 있으면서도 좀처럼 널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이 내겐 부족한가 보다.
이렇게 네게 편지할 수 있다는게 난 너무 행운이 것 같아
맨 처음 너를 만나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니? 『사랑을 알게 해 주세요. 그것이 무엇이기에 하느님의 첫째가는 계명이 되었는지를…』
내가 매일 성호를 긋고 첫머리에 하는 기도였었지.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조금씩 커가면서 네가 무엇인가 알고 싶어졌어. 그리고 너랑 친구가 되어보고 싶었구.
내가 널 처음 발견한 데가 어디인지 아니? 그곳은 바로「믿음」이란 곳이었어.
내가 아주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의…우린 단순히 만나서 즐기는 친구가 아닌, 믿음으로, 하느님으로, 영혼으로 묶여진 친구사이였지! 난 정말로 그 친구를 믿었다. 그 친구의 생각과 기도들을, 꿈을, 이상을… 그 친구가 좋지 않은 행동을 하더라도 난 그 친구를 탓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그 친구의 진심이 그렇지 않다는 걸 믿었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그 친구는 나의 소중한 믿음을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버렸어. 그동안 나와 나누었던 순수한 말들과 생각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사실은 너무도 서글픈 아픔이었다. 난 그 친구를 사랑하고 믿음만큼 고통스러웠어. 그 슬픔을 잊기 위해 예수님 앞에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울다보니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어.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 앞에서 운다는게…
예수님께서는 나 같은 하찮은 인간을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어. 자신의 문제가 아닌 한갖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우리 인간의 죄를 사해 주시기위해서. 왜 자신까지 희생하셨을까? 왜? 그건 아마 우리인간을 사랑하셨다는 단 하나의 이유때문일꺼야.
사랑. 사랑속의 믿음. 그것을 깨어버린 인간은 얼마나 나쁜 사람들이니? 십자가에 못 박힌 3시간동안의 그 고통은 분명 우리를 사랑하고 믿으신 만큼의 고통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죄인을 용서해 달라고 성부께 기도하셨지……. 내조그만 사상가지고는 그분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라면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지도 않을 테고, 그 힘든 고행의 길을 걷지도 않았을 거야. 오히려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무서운 벌을 내려달라고 기도했을거야.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사랑으로 그 모든 허물을 덮어 안으셨던거야.
그런 일들을 생각하니 눈물샘에서 나오던 눈물이 쏙 기어들어 가는거 있지! 그리고 생각했어. 내가 그 친구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가를.
그 친구에 대한 사랑속의 믿음이 깨져버린 상태에서 다시 그전과 다름없는 감정으로 대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 밝은 얼굴로 다가가 생긋 웃어 보이고 싶었지만, 그 친구의 그림자만 나타나도 난 배신감 때문에 욕을 막하고 싶어지고, 때려주고 싶고, 정말 쳐다보기가 싫어지는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돌아서고, 돌아서고 나면 다시 예수님의 십자가가 생각나 후회하고, 다시 결심하고 다가가면 또 안돼고……. 발견했지. 그건 용서하며 아낌없이 주는 거였어. 뭐든지 먼저, 많이 주는 것에서 사랑은 다시 시작되는 거라는 걸. 그래서 난 아주 조그많고 예쁜 브로우치 하나를 선물했고, 그 선물로 인해 우린 다시 새로운 하나가 되었지.
난 네가 결코 내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걸, 내 바로 주위에, 옆에, 그리고 내안에 살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어.
먼 곳에서, 큰 것에서만 사랑을 찾으려했던 나에게 정말 작고 순수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어. 그리고 이제는 알 것 같아, 왜 사랑이라는 것이 하느님의 첫째가는 계명이 되었는지를…. 아마 사랑 없는 인생이란 있을 수 없을 거야.
사랑이 있음으로 해서 우린 용서할 수 있고、 서로 의지하고 아끼며 큰 고통과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거야. 사랑은 생활 속의 빛과 소금이야. 아니, 어쩌면 더 큰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 되도록 많은 사람을….
그럼, 사랑친구 이만 줄여야겠다.
안녕!
류영주<경기도 평택 팽성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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